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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대 세습'의 주인공 김정은에 관한 네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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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대 세습'의 주인공 김정은에 관한 네가지 궁금증

권력 투쟁·'섭정'은 없을듯…향후 대남관계 미칠 영향 불투명

북한은 28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다시 추대했다고 전하면서 당대표자회가 열렸음을 확인했다. 앞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세계의 이목은 온통 김정은이 어떤 직책을 맡게 될지에 쏠려 있다. 2009년 '김정운'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던 비밀의 후계자는, 이제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김정은 '대장' 칭호 부여, 의미는?

북한이 전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정일)의 명령을 통해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하면서 그동안 설(說)로 존재하던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화됐다. 이는 김정은이 이번 대표자회에서 당의 핵심직책을 맡게 되더라도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을 것이며, 김정은 후계체제가 2012년께나 되어야 대외적으로 알려질 것이라는 관측을 깬 파격 행보다.

김정은의 이름이 공식 발표에 최초로 등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번 칭호 부여는 의미가 크다. 이번 후계체제 구축 작업을 하기에 앞서 김정은에게 일정한 권위를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최초로 부여받은 직책이 군 계급인 대장인 것과 관련해 북한이 선군정치를 유지·강화할 것임을 나타낸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선군체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중심의 군부가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더욱 세력이 커질 것이라는 해석은 어렵다. 반대로 김경희(당 경공업부장), 최룡해(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등 당 인사들에게 군사 칭호를 준만큼, 그동안 조직력과 위상이 약화됐던 당에 군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장 칭호를 받은 이들이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서 요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당 우위의 사회이지만 1990년대 이후로 당의 조직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국방위가 당의 권위를 누르고 최고 권력기구화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4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당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조직력과 위상을 회복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당내 직책은?

▲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 받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연합뉴스
그렇다면 정비될 노동당에서 김정은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 그의 직책은 당장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 정치국 상무의원이나 의원, 비서국 비서 같은 고위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당-정-군 장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직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지도부의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대장 칭호를 부여받은 만큼 당 중앙군사위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과 함께 그의 권력기반이 될 새로운 세대가 권력 상층부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특히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통하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을 비롯해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은 김경희, 최룡해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북한의 현 지도부와 김정은 간에 최소 한 세대 이상의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과 비슷한 연배의 젊은 세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전쟁 이후 세대가 권력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 앞서 당대표자회 일정이 연기되면서 불거졌던 북한 내부 권력투쟁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대표자회가 개최된 이상 권력에 대한 정리는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일부 외신이 장성택이 경험이 없는 김정은을 대신해 당분간 섭정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관련,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는 이상 '섭정'이란 표현은 쓰기 어려우며 장성택의 버팀목 아래 김정은이 지도자가 되기 위한 '수습 과정'을 밟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

올해 27세로 추정되는 어린 나이와 일천한 경력. 미래 북한의 지도자가 될 김정은을 설명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대범하다','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등 그의 성격에 대한 증언들이 다소 전해졌지만 아직까지는 추정에 불과하다. 지난해 초부터 북한 주민들이 그를 '청년대장'이라 부르며 노래와 시 등을 통해 찬양했다는 소문, 그의 생일인 올해 1월 8일이 비공식적 휴무일로 지정됐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모두 선전·선동 작업일 뿐 경력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능동적인 치적 쌓기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영철 교수는 "아무리 권력 세습을 겪은 북한사회라 하더라도 후계자의 능력 검증 작업이 없으면 안 된다"며 "앞으로 대남관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큰 일 뒤엔 김정은의 공이 있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김일성에서 김정일으로의 후계구도 구축 과정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당 내부의 조직 동원 능력, 실무 능력, 문화선전사업에서 두각을 보이며 항일혁명 1세대들에게 인정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정은이 실무에서 후계자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내부적인 불만은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

후계구도가 대남관계에 미칠 영향은?

북한은 현대사 최초 3대 권력 세습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대외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외 언론들은 벌써부터 김정은 후계구도를 "왕조 승계작업", "왕좌체제 구축"이라고 표현하며 북한의 봉건적 행태를 조롱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오랜 시간 남북·북미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 악화와 경제적 파탄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온 만큼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으리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수령 중심으로 이어져 온 북한의 정치문화를 고려했을 때, 아들에게의 권력 이양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얘기다. "대내외적 어려움에 처한 현 시점에서 흔히 말하는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정영철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정부·청와대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이해할 수 없다", "시대착오적이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반응들과 관련해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됨으로써 한국의 김정은 또래의 청년들 사이에 북한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 자조가 만연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남한의 진보적인 대북관을 형성할 수 있는 이들 사이에조차 반북 정서가 굳어질 수 있고, 이는 대북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세계의 냉소적 시각이라는 부담까지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후계 안정화를 위해 대외, 대남 관계에서 기존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내부 안정이 필요한 만큼 대외 및 대남관계에서 시끄러운 잡음을 일으키기보다는 부드럽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이 내부 결속에 주력하느라 대외노선에서 변경을 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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