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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들의 희로애락, 이 책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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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들의 희로애락, 이 책 안에 있다

[화제의 책] <뮤지컬 배우 20인에게 묻다>

한때 한국 문화계는 뮤지컬 독주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음악 공연이나 영화 티켓 판매고는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인데 뮤지컬만 매년 20~30%의 성장세를 보이며 티켓예매사이트 매출액의 절반을 가져갔던 것이다. 뮤지컬은 연 관객 200만, 매출 1000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그늘도 따라왔다. 업계 간 과열경쟁으로 라이선스 로열티 지급 단계에서부터 거품이 끼고 제작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블록버스터에만 홍보와 관객이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검증되지 않은 스타들의 무분별한 영입도 이 바닥을 오랫동안 지켜온 연출자와 배우들을 지치게 했다.

최근 5~10년간 압축적인 희로애락을 경험한 한국 뮤지컬계는 그 자체로 무대와 뮤지컬을 닮았다. 무대엔 강렬한 조명과 장막 뒤의 어둠이 공존하며 뮤지컬 한 편 속엔 환희와 고통이 동시에 깃들어있다.

이 모든 얘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뮤지컬계의 일원이자 무대의 주인공인 배우들일 것이다. <뮤지컬 배우 20인에게 묻다>(이수근·고희은 지음, 수필름 펴냄)는 제목 그대로 저자와 배우 간 문답으로 채워져 있는 인터뷰집으로, 우리가 묻고 싶었던 뮤지컬 세계의 명과 암을 직접 들려준다.

남경읍부터 강태을까지, 무대 위 그들을 만난다.

▲ <뮤지컬 배우 20인에게 묻다>(이수근.고희은 지음, 수필름 펴냄) ⓒ수필름
저자는 전시 및 영화기획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고희은과 공연 전문지 <뉴스테이지> 대표이사인 이수근이다. 두 사람은 아이돌 그룹 '핑클' 출신의 옥주현, 드라마 연기로도 익숙한 오만석 등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한국 뮤지컬 배우 1세대라 불리는 남경읍, 전수경, 최정원 등 중견 배우들을 두루 만나 23개의 생생한 인터뷰를 낚아올렸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라 하는 얘기가 겹칠 법도 하지만, 온몸으로 자신의 개성을 발산해야만 하는 뮤지컬 배우의 책무(?) 때문인지 인물마다 색깔이 두드러진다.

뮤지컬 마니아들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의 신변잡기적인 수다부터 진지한 미래설계까지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을 듯하고, 뮤지컬 초보자들에겐 친절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배우들의 프로필과 출연작 목록, 대표작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수십 장의 삽화와 사진 및 대화체의 문장으로 구성돼 있어 잡지를 넘기듯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뮤지컬을 비롯한 문화산업 종사자라면 무겁게 느끼는 대목도 적지 않을 듯하다. 하나의 예술 장르면서도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서의 숙명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이나 대중연예인 출신 배우들의 뮤지컬계 영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대형기획사의 자본력과 티켓 파워는 무시할 수 없지만, 작품성에 대한 고민보다 캐스팅에 대한 고민이 앞설 경우 장기적으로 뮤지컬계를 좀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킬 앤 하이드'와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뮤지컬계 최고 배우로 인정받는 류정한은 인터뷰에서 "뮤지컬이 예술의 한 장르로서 좀 더 순수 예술에 가깝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또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작품만 훌륭하면 10년 뒤까지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뮤지컬의 특성상 작품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타의 출연에 의존해 성공하면 다음 공연에 다른 배우가 섰을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반면 핑클 출신 옥주현은 연예인 영입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그는 "대중연예인 출신이라 선입견을 갖고 보시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그걸 쓰임새로 활용하려 한다"며 "단순히 스타 마케팅에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뮤지컬 자체가 매력이 있는 장르라는 걸 일깨워 주고 싶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뮤지컬계의 현실적인 고민거리를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이렇게 의견도 개성도 다른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으는 하나의 '진리'가 있으니, "뮤지컬 배우로 산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 축하받을 만한 일"이라는 거다. 이 때문에 그들은 무대에 중독되고, 관객들은 그들에 중독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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