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도쿄시내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임시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는 총 유효 포인트 1212포인트 가운데 과반인 721포인트를 얻어 491포인트를 얻은 오자와 전 간사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간 총리는 투표권을 가진 당 소속 중·참의원, 지방의원, 당원·서포터들 각각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확보해 당초 박빙을 점쳤던 여론의 예상을 깼다.
▲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4일 민주당 대표 경선 결과를 듣고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간 총리는 이날 대표선출 직후 수락 연설을 통해 "민주당의 창당 정신,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일본의 경제 재건, 빈부격차 해소 등 현안 과제를 풀어가는데 주력하겠다"며 "경선 과정에서 약속한대로 누구 편도 없이 거당일치(당의 총 단합) 체제를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내각 지지율 하락의 원인인 경제 문제 해결과 경선 과정에서 흐트러졌던 당내 갈등구도를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다.
당심(當心) 추스르고 '네지레 국회' 해결해야
<아사히신문>은 간 총리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서로 다른 상태인 '네지레 국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오자와 전 간사장의 지지 세력이 당내 야당을 결성해 향후 정권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 안팎으로 정권운영의 장애물이 포진해있는 셈이다.
원래 대립각을 세웠던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 사이의 갈등은 이번 경선을 계기로 더욱 깊어져 관계 복원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起夫) 전 총리의 중재로 오자와 전 간사장의 경선 불출마로 합의에 이르렀다가 하루 만에 결렬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간 총리는 조만간 당 지도부의 일부 인사를 교체하는 등 당을 추스르고 내각 개편에도 착수할 방침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권력개조 작업에서 선거전으로 양분된 당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봉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당내 최대 세력인 오자와 그룹이 간 총리의 당정 개편에 반발할 경우 일본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는 '당내 야당'이 공고해지거나 분당·탈당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전 간사장(왼쪽), 간 나오토 현 총리(오른쪽) ⓒ로이터=뉴시스 |
오자와의 운명은
간 총리가 지휘할 당정 개편은 당의 막후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운명에 직결된다. 민주당내 권력 재분배란 결국 당의 최대 실력자이자 막후정치의 1인자였던 오자와 전 간사장의 색깔을 빼느냐 마느냐의 결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일단 화합을 강조하는 눈치지만 이번 경선에서도 '탈(脫) 오자와' 노선을 내걸었던 만큼 당 분열 가능성도 적지 않다.
1993년 자민당 탈당으로 시작해 신당 창당과 분당을 거듭해 온 오자와 전 간사장의 화려한 이력도 이러한 의혹을 부추긴다. 그는 경선 출마의사를 표명할 때부터 패배하더라도 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도 그리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오자와 전 간사장의 완패는 정치자금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4일 당대표 입후보 연설에서 "지금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늦는다. 정치 생명의 총결산이라는 (의미로) 마지막 힘을 다 바치겠다"며 개혁을 강조했지만 결국 정치자금 문제로 악화된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올해 초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허위 기재 혐의로 주변인들이 줄줄이 기소되고 본인도 검찰에 수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는 등 정치적 오점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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