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방한해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를 벌였던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이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을 끝내고 그 결과를 러시아 최고 군사안보협의기구인 '국가안보회의'에 넘겼다고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의 고위급 관리를 인용해 "군사 전문가들이 방한 기간에 확보한 천안함 증거물과 서류들을 분석했다"며 "조사는 끝났고 모든 결과가 국가안보회의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해군 소속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자체 조사단을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한국에 파견해 자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 관리는 "천안함 선체에 대한 외부적 영향(external influence)이 침몰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이 향후 한국 측에 전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일간 <로시이스카야 가제타>는 3일 러시아 전문가들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 해군사령부 관계자를 인용해 "군사 전문가들이 조사 임무를 마무리했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며 "해군 사령부가 전문가들의 결론을 국방부 지휘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공개 여부와 관련해 "천안함 문제는 군사가 아니라 정치·외교적 사안이기 때문에 필요한 결정이 내려지면 외무부가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 9~11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요약본을 지난 7월 초 미국과 중국에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요약본에서 천안함 사고가 '외부의 비접촉 수중 폭발'에 의한 것은 맞지만, 어뢰가 아니라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한국 정부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결과를 전달한다면 적잖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천안함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3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이 사고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박주선(민주당) 의원은 5일 그레그 전 대사를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레그 전 대사의 주장에 대해 정부의 해명이 수반되지 않으면 의혹은 더 확산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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