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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美 실업사태가 실업급여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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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美 실업사태가 실업급여 탓이라고?

[해외발언대] 라이시 "배로 같은 저명한 학자의 망발 유감"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의 사태에 대해 저명한 경제학자들조차 진단과 처방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둘러싸고 이념적인 분열마저 가열되고 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의 최악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신조어 '대침체(Great Recession)'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이 용어가 경제정책의 초점을 경기침체 극복에만 맞출 우려가 크다고 비판하면서 대량실업사태(Great Jobs Recession)로 규정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진보의 양심'이라고 자부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은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유지하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되며, 9%가 넘는 고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연율 2.5%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추가 경기부양책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 미국의 실업자들이 구인구직 시장에 몰려들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실업사태 개선할 정도의 경제성장 정책 필요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1~2% 사이에 있어도 9%가 넘는 고실업률이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미온적인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실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가뜩이나 재정적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쓴다고 해서 성장을 촉진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반박한다.

문제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왜곡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논지를 전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합리적 기대' 가설에 입각한 거시경제학자로 정평 있는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가 이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30일 <월스트리저널> 기고문에서 "미국의 장기실업률이 높아진 원인은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실업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실업급여 기간이 연장됐다는 통념과 대치되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엄한 사랑'의 원칙에 기반을 둔 것 아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저명한 논객 로버트 라이시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라이시는 우선 "실업급여가 없을 때보다는 넉넉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때 더 오래 실업 상태로 지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배로 교수의 말이 맞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라이시는 "그렇다고 해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사태를 맞아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주지 말아야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라이시는 "시민사회는 '엄한 사랑(tough love)'의 원칙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다"면서 "사람들이 함부로 물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수상구조원을 없애고, 소방대원들을 없애 사람들이 함부로 집에서 난로를 때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현재 대부분의 미국 주정부에서 실시하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도 엄격한 편이고 넉넉한 편도 아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실업자의 40% 미만에게만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주어진다. 최소한 3~5년 이상의 상근직의 실업자에게만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라이시는 "이때문에 대다수의 실업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들은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파트타임 일자리 여러 개를 갖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고용 현실 알면, '자발적 실업' 운운 못할 것"

라이시는 "따라서 많은 실업자들이 자발적 실업 상태이며, 이들이 일하기보다는 실업급여를 받기로 선택했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면서 "진짜 현실이 어떤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배로 교수의 주장이 어불설성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일자리 한 개 당 지원자가 5명에 달한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는 일자리라면 일자리 한 개 당 지원자가 수백명에 달한다. 대졸에 못미치는 사람들 중 15%가 실업상태인데, 이 수치에는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수많은 구직단념자들은 포함된 것도 아니다.

라이시는 "사상 유례없는 숫자의 미국인들이 기록적인 장기 실업 상태에 빠져있는 오늘날의 현실은 국가적 비극"이라면서 "많은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이 돈이 소비에 쓰여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등 국가 경제 전체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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