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이 구성한 '천안함 조사 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는 5일 천안함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논쟁을 환영한다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 검증위는 이날 성명에서 "더 많은 이승헌 교수, 송태호 교수를 기대한다"면서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온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와 그를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한 송태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의 논쟁에 지지를 표명했다.
"송태호 교수 과학자로 존중해야"
언론 검증위는 우선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과학자의 이름을 건 전문 견해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씨가 말랐다"며 천안함 과학 논쟁이 부족한 상황을 개탄했다.
그러면서 검증위는 "이런 점에서 송태호 교수의 천안함 논문 발표는 분명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그의 논문 내용과 무관하게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그러나 송 교수의 용기는 그가 논문을 발표하던 바로 그 시점부터 곡해되었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시작했다"면서 "합조단 신봉자들 중 일부는 그의 논문을 내세워 (이 교수 등의) 반론을 몰아세웠다. 반론을 공격하기 위해 송 교수를 추켜세웠다"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그들에게 송 교수는 과학자도, 전문가도 아닌 그저 내 편일 뿐이었다"며 "전문적인 토의를 얼마든지 환영한 송 교수의 뜻을 거슬러 토의는 무의미하며 송 교수의 논문으로 논쟁이 끝난 것으로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로 검증위는 과학자를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송 교수를 합조단이나 정부의 한통속으로 몰아세우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불신하는 이들 중 일부는 송 교수가 정치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섣불리 규정하거나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등 우려스러운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송 교수가 일견 합조단에 동조하는 듯 보이나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합조단의 핵심 주장인 버블 제트 물기둥 발생과 어뢰 프로펠러 알루미늄산화물 흡착을 부인하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며 그가 합조단의 대변자나 '어용' 과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증위는 천안함 조사 결과에 제기된 의문에 귀를 닫았던 정부와 정치권을 비난하는 한편, 일부 언론을 향해 "정부와 합조단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쓰기 하며 각종 오보를 쏟아냈다"며 책임을 물었다.
검증위는 "우리는 정부가, 정치권이, 언론이, 송 교수와 견해를 달리하는 수많은 일반인들이 송태호 교수를 과학자로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며 "정치 조작에 과학을 팔아먹는 이들도 있지만 이를 판별하는 것 역시 철저히 과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의 용기를 기대한다"
검증위는 송 교수에 앞서 천안함 과학 논쟁을 촉발시킨 이승헌 교수에 대해서도 "여전히 과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고 있고 견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송태호 교수와 담담히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더 많은 송태호, 이승헌이 자기의 이름을 당당히 걸고 천안함 과학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며 "가설 논쟁보다 합조단이 내놓은 증거의 과학적 검증이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치권이 국정조사를 정치 흥정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고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의 용기가 천안함 진상 규명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라면서 "과학자들의 용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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