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는 8월 29일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계기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명의의 담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의 발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고쿠 장관은 "어떤 견해를 보이는 것이 필요할지 내 머릿속에는 들어 있으며 내각 관방 부처 차원에서도 다소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확정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은 결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무라야마 담화' 뛰어 넘나?
관심은 이번 담화가 15년 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인가에 모인다. 일본은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 주변국들을 침략한 사실에 대해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 담화는 일본이 패전 이후 보였던 과거사 관련 행동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사과와 반성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됐으며 이후의 내각에 있어서도 과거사에 대한 태도의 기준점이 돼왔다.
이번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보다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의 근저에는 올해가 강제병합 100주년이라는 시기적 조건과 함께 현 집권당이 민주당이라는 사실, 그리고 최근 관련 장관들로부터 나온 전향적인 발언들이 자리하고 있다.
센고쿠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전후(戰後) 처리 문제와 관련 "하나씩 또는 전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그간 일본 정부의 대응이 불충분했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 징용 등에 대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된데 대해 "법적으로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좋은가"라며 "정치적으로 개선 가능한 방침을 만들어 판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해법을 모색할 의지가 있다는 전향적인 발언이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도 올해 2월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한일관계에 있어 중요한 해임을 강조하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起夫) 당시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래의 일이긴 하지만 한·일 양국이 공통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에 침략을 당한 아시아 각국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병합 100주년 담화는 한국에 국한되기 때문에 그 차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한일동맹과 양국 간 안보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담화에 한일관계상 전략적인 고려도 반영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담화의 수준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산케이신문> 등 보수 언론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센고쿠 장관의 발언 가운데 "확정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제목으로 거는 등 일본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담화문 수위를 높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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