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 회견에는 일본의 저명한 반핵운동가이자 의사 히다 슌타로 씨가 참석해 뜻을 함께했다. 히다 씨는 지난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졌을 때 불과 6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현장을 목격한 피폭자이기도 하다. 그는 피폭 이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핵의 위험성을 알리며 핵발전소 반대 운동에 힘써왔다.
▲ 지난해 11월 대한적십자사는 부산·울산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 335명을 대상으로 부산 적십자회관에서 건강 상담을 진행했다. 이 건강 상담에는 일본의 원폭 전문 의료진들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 7만 명
이들은 한국에도 상당수의 피폭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강제 동원되었다가 피폭당한 한반도 출신 원폭 피해자 수는 약 7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현재에도 약 2670명의 원폭 피해자 1세대들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등록돼 있으며 공식적으로 신고 되지 않은 잠재적 피폭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폭 피해자 2세대는 최소 7500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국가적 전수 조사가 시행되지 않아서 정확한 숫자와 실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폭 피해자의 자녀들이 생활고와 차별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1991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와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원폭 피해자 2세 중 30퍼센트가 건강과 자녀 출산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고 답했다"며 "응답자들은 생활고나 차별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자녀에게로 이어지는 원폭 피해는 이처럼 단순히 건강 측면뿐 아니라 가난, 차별, 가정 파괴, 정신적 후유증 등의 결과를 낳는다"며 "피폭자와 그 가족의 삶이 피폐화되면서 국내 피폭자와 그 자녀가 인권과 복지 차원에서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우려했다.
"부모의 피폭과 자녀의 질환, 인과 관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원자 폭탄 피해자 실태 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2012년 12월 7일,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과 '원자 폭탄 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2013년 2월 28일, 이학영 민주통합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다.
17대 국회와 18대 국회에서도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피폭자 원호법이 존재하는 일본에서도 원폭 2세에 대한 지원법이 없으며 부모의 피폭과 2세의 질환 사이의 인과 관계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부모의 피폭과 자녀의 질환이 인과 관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방사선의 유전적 영향은 이미 동·식물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며 "의학이 발전하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부모의 방사선 피폭이 자녀에게 유전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규명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앨리스 스튜어트(1970년, 산부인과 진단용 엑스선 임신 중 노출 시 자녀의 소아암 발생률 40퍼센트 증가) △구마토리 도시요키(1980년, 비키니 섬 수소폭탄 실험 당시 피폭된 남성 선원들의 정자가 2, 3개월 후 거의 소멸하는 현상 발생) △마틴 가드너(1990년, 영국 셀라필드 핵연료 재처리 시설 종업원 자녀의 백혈병 발병률이 평균보다 6~8배 높음) △카마다 나나오(2012년, 양친 모두 히로시마 원폭 피폭자인 경우 자녀의 백혈병 발병률이 매우 높음) 등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부모가 방사선 피폭자일 때 자녀가 암, 백혈병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낳거나 유산, 사산할 확률 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피폭 피해자와 그 자녀가 건강·정신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헌법적 책임을 위반하는 중대한 책임 유기이자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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