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가스터빈실은 지난 9일 해군 구조함이 인양을 시도하다 47m의 수심과 50톤이 넘는 무게 때문에 로프가 절단돼 1차 인양에 실패한 뒤 19일 민간업체가 인양, 20일 해군 2함대 사령부로 옮겨졌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날 국방부가 가스터빈 잔해를 공개한 것은 지난 28일 있었던 북한 국방위원회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과정에서였다. 가스터빈은 천안함에 가해진 외부 충격을 직접 받은 지점이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의 리선권 대좌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남측이 진실 밝히자면 가스터빈 문제를 해명했어야 했다"며 "어뢰 공격에 의한 타격으로 침몰됐다면 가스터빈이 형체도 없어야 하고, 내부 폭발이나 좌초라면 원상태대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잔해 사진을 공개하면서 "가스터빈실은 어뢰의 수중폭발로 발생한 버블효과에 의해 발전기, 조수기, 유수분리기와 가스터빈 덮개 등이 파손됐다"며 "가스터빈도 파손되어 연소실과 압축기 일부만 남고 공기 흡입관과 파워터빈 및 폐기관은 유실됐다"고 말했다.
▲ 국방부가 공개한 가스터빈 잔해 ⓒ국방부 |
▲ 국방부는 이날 1장 짜리 가스터빈 자료를 배포했다. ⓒ국방부 |
그러나 사진 속의 잔해는 19일 인양된 물체의 전체가 아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지난 19일 <연합뉴스>에 "군이 백령도 해상에 가라앉은 천안함의 가스터빈과 가스터빈을 감싸고 있는 격실을 어제 저녁부터 인양 작업에 들어가 오늘 오전 바지선에 탑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해군 구조함이 9일 인양하려다 실패한 물체가 50톤이 넘었다는 국방부의 설명에 비춰 보더라도 다른 부분이 더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발전기와 조수기 등이 어뢰 폭발로 파손됐다면 그 모습을 보여주면 합조단의 결론을 더 확실히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비교적 멀쩡한 잔해 사진만 공개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난사고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이 사진을 보고 "어뢰 때문에 겉을 싸고 있던 것들이 유실됐다면 사진 속 배관이 물에 직접 노출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무리 스테인리스라도 두 달 가량 물과 접촉했다면 이렇게 깨끗할 리가 없다. 고압세척기로 닦아도 이렇게 깨끗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따라서 건질 때 뭔가 붙어 있던 것을 뜯어냈을 것"이라며 "사진 오른쪽 녹슨 부분에 뭐가 붙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어뢰 피폭을 증명하려면 그 부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스가 모두 유실됐다면 사진 속 잔해가 뻘에 박혀 있어야 하는데 망사처럼 보이는 배관에도 흙 자국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분명 무엇인가를 떼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인 대표는 또 "사진 속 가스터빈은 비교적 멀쩡하다. 어뢰에 의해 피폭됐다면 배관들이 이렇게 비교적 가지런할 수가 없는데 왜 이 사진을 보여줬는지 모르겠다"며 "파이프 일부가 휜 것은 인양하면서 어딘가에 닿은 것이지 폭발로 휜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진에 찍힌 것 외에 다른 부품도 인양됐을 수 있는데 그건 합동조사단에 문의해야 한다"며 "우리도 합조단에서 받는 자료가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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