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조사에 대한 국방위원회의 검열단을 받으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남측에 또 보냈다.
북한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22일 통지문에서 "(남측은)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무조건 받아들여 세계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유엔사 장성급 회담 '일단' 거부
북측은 지난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남쪽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남측은 21일 답신 전통문에서 검열단 제안을 거부하며 유엔사령부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할 테니 북-유엔사간 장성급회담에 나오라고 역제의했다.
그러자 김영춘 부장이 하루가 지나 "남측의 말대로 조사 결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우리 겸열단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검열단 수용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김 부장은 남측의 군사정전위 조사 후 북-유엔사간 장성급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발생한 사건을 처음부터 우리와 연계시킨 것도 남측이고, 합동 조사 결과를 전후해 끝끝내 우리와 대결을 공언한 것도 남측"이라며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남측에 의해 북남 사이의 문제로 날조된 만큼 군사정전위원회라는 유령 기구를 끌어들일 하등의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금까지 조선 서해해상 문제를 북남 군부가 직접 다루어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한때 미 행정부도 조선 서해 문제는 자신들이 관할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공식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부장은 이어 "불가침에 관한 북남기본합의서의 제2장 10조와 부속합의서 제2장 8조의 요구에 비춰보아도 남측은 우리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10조는 "남과 북은 의견 대립과 분쟁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되어 있다. 부속합의서 제2장 8조는 "남과 북은 어느 일방이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이 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공동조사를 하여야 하며 위반사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한다"고 명시했다.
北, 회담 형식 양보하고 실질적 공동 조사 요구할 듯
이 전통문의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천안함 문제를 남북 양자간의 사안으로 규정, 북-유엔사간 장성급회담 제의는 일단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한 북한은 그 후 유엔사와의 회담에 나오긴 했지만 그건 북미간의 군사 대화 채널로 인식하고 있다"며 "천안함은 남북간의 문제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엔사의 회담에 나올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남측이 검열단을 거부하고 북-유엔사간 회담을 역제의했는데, 애초부터 북한이 받기 힘든 제안이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북측이 회담 형식이라는 명분보다 '결백' 입증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회담 형식을 두고 일정 기간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은 유엔사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측이 검열단을 거부한데 대해 '조사 결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란 시각이 나왔듯, 북측도 회담 형식에 집착할 경우 똑같은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측은 남측과 마주앉는 형식이 무엇이 됐건 실질적인 공동 조사가 가능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춘 부장이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 2장 8조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공동 조사"라는 문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처럼 북측이 회담 형식을 양보하면서까지 공동 조사를 요구할 경우 남측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 그러나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21일 "북한이 공동조사단을 제의하면 그때 가서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김연철 교수는 "북측이 검열단 주장을 강하게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결백을 입증할 자신감이 있으니 중국도 미중 전략경제대화(24~25일)를 위해 베이징에 온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자신 있게 얘기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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