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한 당국자가 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CNN>은 26일 서울발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 미국 당국자(a US military official)에 따르면, 지난 달 한국의 군함이 침몰한 원인은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이 당국자는 미국은 천안함이 수중 폭발에 의해 침몰했으나, 폭발 장치(explosive device)는 한국 군함의 선체에 닿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believe)"고 전했다.
또한 방송은 "이는 한국군 당국자들이 밝힌 결론과 같다"고 덧붙였다.
세 문장으로 이뤄진 이 기사는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때문이라는 미 당국자의 언급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이 천안함 사고 이틀 뒤인 지난 3월 28일 "북한군에 의한 어떠한 특이 동향도 탐지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과 충돌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한미군 사령부나 미군 당국의 공식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그간 천안함 사고에 북한이 개입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3월 29일 "사고에 그 어떤 나라도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며 "내가 아는 한, 그것이(북한이) 침몰의 원인이라고 믿거나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그에 대한 판단은 한국 정부 당국에 맡겨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크롤리 차관보는 "선체 자체 이외의 다른 (침몰)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사고 원인을 천안함 내부 문제라는 듯한 답변을 했다.
다만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4일 '6자회담 재개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천안함을 인양하고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추정케 하는 정보를 미국이 얻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캠벨 차관보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변화가 있어 왔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캠벨 차관보는 26일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도 "우리(한미 양국)는 여전히 사건을 조사중이며 아직 공식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그는 이날 '2010 홍콩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이같이 말한 후 "미국과 한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사건을 조사중이며 진전이 있을 것"이라면서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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