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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회계기준 부적응 기업들 '퇴출 공포'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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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회계기준 부적응 기업들 '퇴출 공포'에 떤다

정부가 인정한 '녹색기업' 네오세미테크 등 상장폐지 위기

국내 기업들의 회계기준이 미국식에서 유럽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관행도 바뀌고 있다. 고객인 기업과 유착해 적당히 감사의견을 내던 회계법인들이 의견 자체를 거절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의견 거절은 상장기업인 경우 곧바로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는 '사형선고' 같은 처분이다. 회계법인들이 고객 기업에 이처럼 냉혹한 처분을 서슴지 않는 않는 변화가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3월 당시 지식경제부 이윤호 장관이 직접 찾아갈 만큼 유망기업이었다. ⓒ연합뉴스

회계법인 감사 '의견 거절' 부쩍 늘어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강화해 부실회계를 한 기업들을 적당히 눈감아 주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9월 업계 10위권인 화인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사 회계 조작을 무마해주다 영업정지를 당했다. 회계법인에 대해 업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었다.

게다가 코스닥의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강화돼 회계법인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들이 '적정'의견을 줘도, 거래소가 직접 나서 퇴출시키는 사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회계 관행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원칙에 충실한' 회계 관행을 조속히 정착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초 '엔론 사태'로 미국식 회계기준이 국제적인 신뢰를 상실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만든 IFRS가 '글로벌 스탠더드' 로 급부상하며 현재 110개 국가가 IFRS를 사용하고 있다. IFRS 도입 국가는 내년에는 150개 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들은 내년부터 IFRS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나머지 기업들도 2013년부터 IFRS 적용 대상이 된다. IFRS가 미국식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일부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이미 IFRS를 채택하고 있다.

IFRS와 미국식 회계기준과의 가장 큰 차이는 IFRS는 '원칙에 충실한' 회계 방식이고, 미국식 회계기준은 '디테일에 충실한' 회계방식이라는 점이다. 미국식 회계기준은 복잡한 디테일 속에 분식회계를 할 여지가 많고 회계법인이 유착해 투자자들을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

네오세미테크, 한달 사이에 200억대 흑자에서 적자로 정정

문제는 IFRS의 전면적인 시행을 앞두고 '원칙에 충실한' 회계감사의 관행이 강화되면서 미처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회계감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일이 속출하고, 공시를 믿고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네오세미테크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도 유망한 녹색기업'으로 추천종목에 속했던 네오세미테크는 회계감사 결과 의견 거절을 당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이에 시가총액 80%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은 대책모임을 결성하며 반발하자 31일 네오세미테크는 긴급 주주총회를 열었다. 네오세미테크의 오귀환 부사장은 "주총 결과 재감사를 추진하는 한편, 증권거래소에 이의신청 등 가용한 법적 절차를 밞아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네오세미테크는 상당한 타격을 받는 상태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 25일 전자공시를 통해 지난 2월12일 공시했던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정정해 충격을 주었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매출액은 1453억원에서 97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13억에서 20억원, 당기순이익은 247억원에서 224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바뀐 것이다. 감사결과 영업외비용이 181억원에서 359억원으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사태에 대해 누구한테 항의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 네오세미테크는 정부도 인정한 유망기업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및 발광다이오드(LED) 등 '녹색기업'으로 분류돼 2008년말 산업은행으로부터 '글로벌스타'인증 기업으로 꼽히고, 지식경제부가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솔라셀용 Ge단결정 기판소재' 기술 개발사업자로 지정한 기업이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말 네오세미테크를 '저평가된 태양광 및 LED테마주라'라며 매수의견을 제시하는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육성하겠다는 '녹색성장 수혜주'로 여러 증권사들이 거론했다. 정부가 인정한 녹색성장기업, 영업이익만 300억 원이 넘는다는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7위 기업이 회계법인 감사의 칼날에 순식간에 '상장폐지 위기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초부터 3월 사이 감사 시즌에 '의견 거절' 등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은 업체는 네오세미테크뿐 아니라 이미 30개가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회계기준 전환기에 투자자들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IFRS 국내 도입 현황

KT&G, STX팬오션, 영진약품, 이건산업, 코스모화학, 풀무원홀딩스, 페이퍼코리아 등 14개 회사가 이미 IFRS를 도입했다. 삼성 2개사(전자, SDI), LG 8개사(LG, 전자, 화학, 텔레콤, 디스플레이, 생명과학, 생활건강, 이노텍) 등 22개 상장기업이 올해 1분기부터 IFRS를 적용해 실적을 발표한다.

IFRS가 도입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현행처럼 개별 재무제표가 아니라 연결재무제표가 쓰이게 된다는 점이다.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모든 계열사의 실적을 반영한 '연결재무제표'를 분기마다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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