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언은 김태영 장관이 지난 20일 제주도 서귀포호텔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태영 장관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제주도가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아프리카 밀림에 가면 자연이 있다. 그게 관광 명소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기는 그냥 무식한 검…흑인들만 뛰어 다니는 그런 곳일 뿐이다"고 말했다고 <제주의 소리>가 보도했다.
김 장관은 "이탈리아 카프리섬에는 자연만 있지 않고 많은 건축물이 있다. 그런 집과 자연이 어울려 있을 때 관광명소가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의 소리>는 김 장관이 이러한 말을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도 보여줬다.
앞서 김 장관은 "해군기지는 창조적 건설물로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라며 "세계 대부분의 관광지를 생각해 봐도 인공적인 부분이 있고,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가장 아름다운 항구가 될 것이며, 강정마을은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발표해 "매우 심각한 발언으로 일국의 장관이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무식하게 뛰어다니는 흑인'인라는 표현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하지만, 마치 제주의 대표 경관인 강정이 천연의 아름다움만으로는 아프리카의 그런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뉘앙스"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어 "이는 제주의 대표 경관지이자 천혜의 생태계 지역인 강정마을과 주민들을 사실상 비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분명한 해명과 더불어 도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또 "강정 주민들이 국방부 장관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음에도, 기지 건설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가 모두 끝난 지금에서야 강정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선 것은 누가 봐도 기지 건설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한 명분 쌓기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 지난 20일 제주도 서귀포호텔에서 있었던 문제의 간담회에서 김태영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와 여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 대통령은 작년 3월 인도네시아에서 교민 간담회를 하다가 "우리는 어떤 것은 세계 최고인데, 어떤 것은 아프리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프리카 전체를 '최하'의 동의어로 빗댐으로써 '자원외교'의 대상인 아프리카를 자극했다는 말이 나왔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지난달 26일 유럽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그리스가 들어보기는 했지만 지구상 어디 붙었는지 모른다.(…) (그리스는) 좌파정권 들어와 노동조합이 나라가 망해가는 데도 난리"라고 말함으로써 외교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작년 6월 장광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아프리카 후진국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의 반군 지도자 선동발언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