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SBS는 최근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겠다는 내용의 일간지 광고를 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다른 방송사들의 반발을 샀다. 남아공 월드컵의 중계권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중재로 지상파 방송 3사간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SBS가 돌발 광고를 냈다는 것.
▲ SBS가 8일 주요 일간지에 일제히 게재한 광고. |
SBS는 남아공 월드컵 외에도 오는 2012년 하계 올림픽과 2014년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등 2018년까지 주요 월드컵과 올림픽의 중계권을 독점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스포츠 중계권' 논란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인 것.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는 9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스포츠 중계권 분쟁,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영호 SBS 정책팀 연구위원,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 등 SBS와 KBS 관계자가 참석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블록버스터급 스포츠 이벤트는 공공재" vs "SBS의 독점권"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은 "철저한 상업방송을 추구하는 미국을 제외하고 올림픽,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드시 공영방송이 중계를 하고 그외 상업방송들이 순차방송하는 식이다. 블록버스터급 스포츠 이벤트는 대체재가 없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SBS는 지금처럼 무한경쟁으로 방송권을 구매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데 그대로 밀어붙일 것인가"라며 "SBS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아공 월드컵 중게에 6500만 불,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7500만 불, 총 합해서 1억 4000만 불을 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합해서 6000만 불이었던 것에 비하면 133% 올라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33%가 인상한 것은 우리나라가 최고"라며 "이는 방송사간의 '코리아 풀'을 깨고 SBS가 별도로 나가서 계약을 했기 때문"이라며 "SBS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단독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주영호 SBS 정책팀 연구위원은 "SBS가 가지고 있는 독점권을 보편적 접근권 침해로 주장하면서 무차별적인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보편적 접근권'을 자사의 이익에 따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주영호 연구위원은 "'캐스터 선택권', '해설위원 선택권'과 같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방송사간 순차 방송을 하는 것이나 SBS가 단독방송을 하는 것이나 시청자가 겪게되는 상황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SBS만이 방송사간 협약을 어겨온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가 거부할 수 없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비즈니스지 강압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KBS의 한 기자가 "SBS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도 독점 중계하는 것이 목표인가"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지자 "현행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내용을 충족하는 선에서 방송사업자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할 것"이라며 단독중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스포츠 중계권 무한 경쟁 우려"
한편 시민사회나 학계에서도 SBS의 단독중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발제를 맡은 이영주 미디어문화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SBS의 단독계약은 '코리안 풀' 해체 행위이며 앞으로 있을 국제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무한 경쟁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며 "중계권 분쟁이 발생해도 해당 방송사가 응하지 않을 경우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무력함이나 방송법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영주 연구원은 "국제스포츠중계권은 당연히 '모두가 달려들어 쓸데없이 돈을 많이 지출하지 않고, 보편적 시청권을 제공할 수 있으야 하며, 국제적인 스포츠기구나 중계권 대행사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그러나 최근의 중계권 사태는 국내 방송사 간 무정부적 무한 경쟁을 자극하는 첫 걸음이 됐다는 접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정확히 말하면 중계권은 사유재산이고 국민적 관심사가 지대한만큼 '공적 통제'로 어떻게 풀 것인가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시청자와 지상파 방송사가 자율적 합의기구를 통해 해소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총장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KBS나 MBC가 취재 보도를 못했는데 중계 이야기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KBS나 MBC나 SBS나 참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무자간 공동중계를 두고 협상이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낸 SBS의 일간지 광고는 또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SBS, 케이블 방송 없이 시청도달률 90% 되나?"
한편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전체 가구수 90/10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규정한 방송법 제76조에 규정된 보편적 시청권 조항을 들어 SBS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영묵 교수는 "SBS와 계약한 지역 민방들이 상당수 스스로 송출을 하지 못하고 지역 케이블TV가 대신 송출하고 있다"며 "SBS는 SO가 동시 중계를 하지 않으면 시청도달률 90% 충족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교수는 "지상파 방송이 소송 등으로 동시 중계에 저작권을 요구하고 있고 케이블 TV가 지상파 재송신을 끊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시청 도달률 90% 조건에 충족하는 곳은 의무재전송을 규정한 KBS 1TV와 EBS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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