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평화체제 협상하자.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가 골격 아니냐. 남북간에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이행을 통해 우선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을 하고, 북미간에는 핵·미사일 문제를 진전시키면서 수교절차를 밟는 것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핵심 아니냐. 이 작업에 바로 착수하자.'
민주당의 송민순 의원은 최근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지금보다 더 자신 있게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의제를 포함하는 역제안을 해야 한다고 4일 주장했다. (☞전문 바로가기)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선전 차원에 불과"
송민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왜 북핵과 평화체제인가?'라는 글에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공존 체제가 수립되거나 또는 하나의 한국으로 통일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의원은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를 지냈고 노무현 정부 마지막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다.
송 의원은 "북한도 선전의 장을 떠나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반대하지 못한다"며 "9.19 공동성명 채택 이전 북경에서의 남북간 별도 회동에서도 한반도에서 미래 평화유지의 주체는 남과 북이라는 점을 포함한 상당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한국을 빼고 미국과만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주장이나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은 북한이 대내외 '선전 차원'에서 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특히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남북간에 정치·군사적으로 신뢰가 구축되어야 기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북측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미북간에 필요한 것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관계정상화 협정"이라며 92년 한중관계 정상화 때 합의했던 유엔헌장 존중, 상호 불가침과 내정 불간섭 등을 북미간에도 약속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비핵화·평화협정 결과물을 만들어 내라"
송 의원은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협상 구도에서 우리가 중심이 되어 미국과 공조하고 중국과 조율하는 3각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중국은 북한과 소통되지 않는 한국을 독자적인 무게를 가진 주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미·중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한국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국이 국내외적인 문제 때문에 북한 핵 문제에 힘과 시간을 쓸 여유가 없고 '그냥 두고 보자'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정권이 싫다는 것과 우리의 더 큰 목표, 즉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다른 것"이라며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에만 무엇을 하겠다는 당위가 아니라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실제 만들어 내는 결과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핵 폐기의 끝 단계까지 모든 공정을 미리 합의하겠다는 것은 의욕은 좋지만 협상장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북핵 구상인 '그랜드 바겐'을 겨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유엔 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송 의원은 강조했다. "중국이 뒷문을 열어두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가 약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과도기적 조치로 제재 이행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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