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 등이 북한의 '평화적인 인공지구위성 발사'와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핵실험에 대북제재를 가하고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성명은 작년 말 강등됐다가 최근 대장으로 복귀한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발표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이번 전쟁연습이 본격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3월 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며 "우리는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음이 없이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대해 제한 없이 마음먹은 대로 정밀타격을 가하고 민족 숙원인 조국통일대업을 앞당기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북한은 5일 저녁 8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
정전협정과 더불어 판문점 대표부 활동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조선반도의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협상기구로서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게 될 것"이라며 "판문점 조미(북미) 군부전화도 차단하는 결단을 병행해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한국에서 제기된 '선제타격론' 등을 언급하며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면서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우면 불바다로 타번지게 돼 있다.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이 경고를 무심히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북한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미국과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의 일환으로 "유명무실한 정전협정", "정전협정은 사실상 백지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전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이날 대변인 성명 역시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 맞춰 공세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보리, 이르면 이번주 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한편 유엔 안보리는 5일(현지시각) 비공개회의를 열어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대북제재 결의안은 이르면 7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15개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르면 7일 대북 제재결의안을 표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억제, 북한 외교관의 불법행위 감시, 북한 당국의 금융거래·불법자금 이동에 대한 제한 및 감시 조치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불법 화물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북한 단체와 개인의 이동을 제한, 제재 대상 단체 및 개인을 확대하는 방안도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이례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비공개 안보리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제재안 초안은 지금까지의 대북 제재안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며 범위도 포괄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와 더불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월 안보리 의장국인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Vitaly Churkin) 유엔 대사는 이번 결의안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러시아는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역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현재 중동 순방을 진행 중인 케리 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북한 정부가 예기치 않았던 쪽으로 가려고 기존 조치를 깨뜨리기보다는 미국, 일본, 한국, 러시아, 중국 등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합법적인 대화에 나서줄 것을 희망한다"며 6자회담 재개를 시사했다.
중국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겠다는 안보리 결정에는 동의하지만 제재의 이행에 있어서는 "점진적이고 균형 있게 취해져야 한다"면서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미국과 다소 거리를 뒀다. 중국 리바오둥 유엔대사는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외교적 절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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