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은 김 사장의 기습 출근에 대비해 집행부가 전날 밤부터 MBC 사옥 로비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고 이날 아침 6시부터는 조합원 70여 명이 모여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MBC 노조는 김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과 함께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MBC 30년간 이런 위기 없어"…"방문진 선임은 절차"
이날 9시께 MBC 사옥 앞에 도착한 김재철 사장은 조합원과 함께 정문을 막아선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언쟁을 벌였다. 노조가 '낙하산 임원'으로 규정된 황희만, 윤혁 본부장 등은 8시 45분께 나와 김 사장을 맞이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청와대에 의해 낙점 받았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MBC 역사 30년 동안 이렇게 위기에 처한 적 있었나. MBC 사장이 방문진에 강제 축출되고 본부장이 낙하산으로 떨어진 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사장은 "내가 MBC의 독립이 아닌 정권의 의중대로 한다면 여기 사장이 될 이유가 없다"며 "방문진을 통해 선임되는 것이 절차고 본부장 문제 등은 제가 사장이 되기 전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MBC의 위기'에 대해 "시청률도 떨어지고 SBS가 단독으로 동계 올림픽 중계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 "그런 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빈축을 샀다.
이 위원장은 "김우룡 이사장이 사퇴하고 방문진이 개혁된 뒤 사장이 임명되면 그 때 일 열심히 하겠다"며 "MBC 사장을 사퇴함으로써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을 통해 선임하는 절차는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며 "다음부터는 사원들이 전체 투표를 해서 뽑았으면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출근을 저지하는 MBC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재철 사장은 정문 앞에서 물러나 남문으로 출근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역시 노조에 의해 저지됐다. 김 사장은 방문진 면접에서 밝혔던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예민한 문제이고 후배들을 믿는다. 깊이 고민을 해봐야겠다"면서도 "밖에서는 우리의 진심과 다르게 비춰질 수 있지 않은가. 그에 대해 대화도 하고 관련 자료도 받아 판단하겠다는 뜻"이라며 조사위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김 사장은 엄기영 전 사장 때 선임된 본부장들의 인사 문제를 두고는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인사권이 방송문화진흥회에 있다고 하지만 일을 할 사람은 나 아니냐"면서 "깊이 생각해서 필요하다면 3개월 후든 6개월 후든 (본부장들의) 신임을 다시 물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의중 따라 '낙하산' 낙점…'지역 MBC 광역화' 위험"
MBC 노동조합은 이날 특보에서 '청와대 낙점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MBC 노조는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해 방문진을 장악한 공영 방송 파괴 5적(방문진 여당 이사를 지칭)들은 최종 면접 하루 전인 25일 저녁 비밀리에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청와대의 의중이 '김재철'에 있음을 전하고 행동 통일을 모색하는 자리 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남다른 친분을 쌓았던 김재철 사장은 이 대통령에게 힘이 쏠리자 선을 넘기 시작했다"며 "울산 MBC 사장 시절엔 대구를 찾은 이 대통령을 직접 마중하는가 하면 청주 MBC 사장으로 있을 때는 충북 도청을 방문한 이 대통령에게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을 직접 브리핑해서 황당하게 만들었다. 명함만 안 팠지 '특보'보다 더하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라고 꼬집었다.
MBC 노동조합은 김 사장이 면접에서 강조한 '지역 MBC 광역화'를 두고도 성명을 내 "지역 MBC 광역화는 정권 입맛대로 서울 MBC 사장 개인의 입맛대로 끼워 맞춰지고 정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 구성원들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고 자발적 의지 속에서만 현실화 될 수 있다. 정치적 도발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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