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원전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식을 미국과 일본이 원전 기술을 단순히 제휴하게 됐다는 의미를 넘어, 중동과 중국 등 원전 수요가 많은 지역의 원전 건설 수주전에서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협력체제가 가시화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적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6기 가운데 21기가 중국에서, 6기가 한국에서, 5기가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원전에서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신기술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프랑스도 원전 분야에 오랫동안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미래기술투자에 실패하면 미국이 기술을 수출하는 대신 수입해야 하고 일자리 역시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만들어지게 된다"면서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원자력 기술개발을 통한 대체에너지원 확보는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결정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를 넘어 초당적인 자세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조 달러' 국제 원전 시장에 미· 일 공동전선 펴나
<NHK> 등 일본 언론도 오바마 대통령의 원전건설 계획 발표 전날 "미국과 일본이 원전 건설을 공동으로 수주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2월 중 미국 워싱턴에서 원자력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국이 공동으로 원전 수주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는 정부 간 실무회의를 설치하는 데 합의할 방침이다. 일본이 원전 수주를 위해 외국 정부와 공식으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미·일 양국은 도시바와 웨스팅하우스, 히타치제작소와 제너럴일렉트릭(GE)가 각각 제휴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제휴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배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 정부가 한국 등 원전 수주전의 새로운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협력에 나섰다는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걸쳐 435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추가로 총 488기가 신규 건설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 건설되고 있는 53기의 원전까지 더하면 2030년경 운영되는 원전의 수는 약 1000여기에 달할 전망이다. 원전 1기의 건설만 수십 억 달의 투자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2030년까지의 국제 원전 시장은 흔히 '1조 달러의 시장'으로 불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