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MBC> 뉴스데스크에 나온 '구조대와 외교관'이란 제목의 보도 때문에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진 참사가 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MBC> 유재광 기자가 보내온 리포트는 이러했다.
<앵커>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에서 우리 119 구조대원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들의 현지 생활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원 나간 우리 외교관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현지에서 유재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우리 119 구조대원들이 쉴 새 없이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먼지 가득한 건물 잔해를 헤집고 다니다 보면, 금세 온 몸이 땀에 젖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파김치가 됩니다. 119 구조대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입니다. 하루 종일 땀을 흘렸는데도 씻을 물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엿새 만에 샤워 한 번 한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119 구조대원> "제가 여기 5~6일 있는 동안 물을 한 번 받았어요. (기자 : 샤워를 한 번 밖에 못 하셨어요?) 예. (아니, 땀범벅이 됐을 텐데 어떻게?) 아, 그냥...원래 나오면 그렇죠 뭐..." <기자> 잠자리가 편한 것도 아닙니다.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해야 하고, 그나마도 자리가 부족해 바깥에 모기장 하나 치고 자는 대원들도 있습니다. <119 구조대원> (기자 : 잠은 여기서 이렇게?) "예, 그냥 흙 다진 공사장 바닥인데..., 잘 만합니다." (잘 만해요?) 예, 잘 만해요. 충분히...피곤하니까..." <기자> 구조대원은 수십 명인데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 딱 하나. 물이 없다 보니 위생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조대원을 지원 나온 우리 외교부의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들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그럴 듯한 건물에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옵니다.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 (기자 : 좀 춥네요, 여기는) "그러니까 원래는 여기가 덥잖아요. 열대 지방이고 한데..." <기자> 잠은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고 잡니다. 아직 뜯지 않은 새 매트리스도 잔뜩 쌓여 있습니다. 대사관 직원이나 외교부 산하 코이카 직원들이 오면 주려고 쌓아 놓은 겁니다. 일부 직원들은 아예 우리 교민들이 운영하는 공장의 숙소로 나가 잡니다. <도미니카 대사관 관계자> "소나피 공단에요, 거기 직원 숙소가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뭐에 쓰려는지 사무실 안엔 맥주가 상자째 쌓여 있습니다. ('혹시 맥주 같은 것도 마시기도 하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맥주는... 아니, 좀 찍지 마시고..."라는 음성이 나옴) 119 구조대원들은 거의 모든 생활을 현지 대사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페인과 도미니카를 거쳐 육로로 아이티에 들어오느라 짐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지의 우리 대사는 이렇게 구조대가 오는 게 영 탐탁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강성주 도미니카 대사> "스스로 여기에서 식사 문제라든지 자기 모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만 와줬으면 좋겠다는...(기자 : 대사님,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적당히 하고 오지 말라는 말인가요?) 아... 그..." <기자> 똑같이 구조대를 보낸 다른 나라는 대부분 전세기나 군용기로 필요한 모든 장비와 샤워기 같은 편의시설까지 다 날라다 줬습니다. <에콰도르 구조대> "샤워 같은 건 매일 당연히 해야 합니다. (당연히요?) 그렇죠. (만일 못하게 되면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기자> 무조건 나가서 국위를 선양하라고 등 떠밀어 내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대한민국이 너무 야박한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MBC 뉴스 유재광입니다. |
보도가 나가자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강성주 대사와 외교통상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MBC> 뉴스사이트에 올라간 해당 기사에는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는 이에 대한 논란이 맨 앞에 올라가 있었다. 다른 포털 및 토론 사이트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119 구조대나 민간 자원봉사자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나 지원은커녕 (강성주 대사가) 이렇게 발언하는 것은 이분을 모욕하는 것이고 국민을 힘 빠지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사고방식으로 대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29일 오후 대변인 명의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해명을 시도했다.
외교부는 <MBC> 리포트에 나온 강 대사의 발언에 대해 "구호 활동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며 "본인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보도로 오해가 빚어진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는 "보도된 매트리스는 119 구호대 2진을 위해 공관 임시사무소가 구입한 것"이라며 "맥주는 강 대사가 구호대원 격려를 위해 가져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한 후 당국자 한 명을 출입기자실로 내려 보내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
이 당국자는 "대사관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재외국민의 안전을 확인하고 1, 2차 구호대를 돕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며 "누구를 차별한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매트리스에 대해 "원하는 분들한테 다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맥주에 대해서는 "강 대사는 아이티에 계속 있던 게 아니라 두 차례 방문했는데 구호대를 격려하기 위해 가져갔고 식품창고에 놓여있었다"며 "1, 2차 구호대에 1인 1~2캔씩 나눠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에어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 당국자는 "(119 구조대 숙영지였던) 발전소 내 사무실을 (대사관) 상황실로 같이 썼는데 그곳에 원래 에어콘이 달려 있었던 것"이라며 "밤에도 인터넷 사용을 위해 발전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에어콘도 자동으로 켜졌다"고 말했다.
119 구조대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발전소를 짓고 있는 부지 안에서 생활했다. 축구장 4~5개 크기의 그 부지 한 귀퉁이에는 건설 현장사무소가 지어져 있었고, 각각 2~3평 남짓한 사무실이 2~3개가량 있었다.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코이카) 관계자들은 그 중 하나를 상황실로 사용했다. 상황실 출입은 기자들에게는 물론 정부가 파견한 119 구조대원들에게도 엄격히 통제됐었다. <MBC> 보도에 나온 에어콘, 매트리스, 맥주 등은 그 상황실 내에 있던 것들이다.
에어콘은 대사관 직원들을 위해 새로 설치한 게 아니라 원래 있는 것이었다는 외교부의 해명은 맞다. 그러나 '발전기를 돌리면 자동으로 켜진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에어콘은 켜고 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에어콘은 자체 발전기가 돌아가는 시간에는 늘 돌아가고 있었다. 상황실 바로 옆에 기자들이 활동하는 간이 프레스센터가 있었는데, 상황실의 시원한 바람이 벽 틈에서 새어 나왔었다.
매트리스와 맥주가 구조대원들에게 실제로 지급됐는지도 추가로 확인해 봐야 할 사항이지만, 119 구조대원들의 열악한 생활 환경과 달리 상황실은 에어콘이 돌아가는 비교적 쾌적한 환경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누구를 차별한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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