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상사(上司)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여론과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난해 5월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사법부는 권력만이 아니라 여론 압력에서도 독립해야" 중 일부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 사태 당시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판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이런 행동은 사법부 바깥의 힘을 끌어들여 사법부의 독립성에 흠집을 낸 것이란 비판을 들을 만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선일보> "인민 재판식 공세, 사법부 파괴 공작"
<조선일보>의 '사법부 독립' 주장은 지난해 3월 6일자 사설 "사법부 비판을 넘어선 조직적 사법부 공격에 대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신문은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 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은 건전한 사법부 비판을 벗어난 사법부를 향한 파괴 공작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켰을 당시 '사법부 독립성'을 내세웠던 <조선일보>는 최근 문화방송(MBC)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전교조 등에 잇달아 '무죄' 판결이 나오자 개인 판사의 성향을 거론하는 등 '사법부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조선일보>는 25일에도 "'우리 법 연구회'와 '너희 법 연구회'"라는 사설을 내 "법원을 한쪽 정치 성향에 치우쳐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젊은 판사들이 점거한 '해방구'로 만들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는 주장을 냈다. 이 신문이 문제삼는 일련의 판결을 낸 판사들은 '우리법 연구회'와는 관련없음에도 여전히 법원에 '색깔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동아일보> "정치 권력이 법관의 독립을 흔들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러한 행태는 다른 신문도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3월 21일자 사설 "신 대법관 사퇴 압박, 중대한 ;법관 독립' 침해다"에서 "법관의 신분 보장은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 사법부 내부 압력은 물론이고 어떤 외압으로부터도 재판의 독립을 지켜주기 위한 장치다. 정치 권력이 법관의 독립을 흔들었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지난해 5월 21일자 사설 '외부 세력에 사법부 운명 맡길 것인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신분 보장을 주축으로 하는 '인적 독립'과 외부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적 독립'으로 나뉜다"며 "한편으로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회·행정부, 사회 제반 세력의 압력·여론몰이로부터 자유로워야 독립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신영철 대법관을 보호하기 위해 폈던 이러한 논리는 180도 바뀌었다. <동아일보>는 25일 황호택 논설실장이 쓴 칼럼 "전 국민이 증인인 재판"에서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 등을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교육이 영향력을 확대해가던 시기에 교육 받았던 학생들이 사회 각계로 진출해 영향력을 키우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으며 '이념 공세'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판사 경력이 사법 불신 본질 아니다"에서 "이번 사태에는 판사의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면서 "유사한 사건에서 '럭비공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쇄신의 핵심이라는 점을 법원은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법학교수는 최근 '사법부 흔들기'에 나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친정부 성향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이들 신문의 '사법부' 보도에 특정한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각각의 사건이나 판결이 자신의 입맛에 맞느냐는 판단이 먼저 있은 다음 사법부의 독립이냐 개입이냐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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