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축구팀은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에서 열리는 네이션스컵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 8일 전지훈련지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앙골라 국경선을 넘어 국경도시 카빈다를 지나다가 무장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이 사고로 팀 대변인 스타니슬라스 오클루, 보조 코치인 아발로 암날레테 삼란, 버스 운전기사가 숨지고 선수와 임원 9명이 부상당했다. 팀의 후보 골키퍼는 중상을 입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 토고 축구팀의 한 선수가 괴한의 공격으로 사망한 동료들에 대해 설명하고 울부짓고 있다. |
사고가 나자 토고 정부는 9일 선수단 철수를 발표했다. 파스칼 보드요나 국토행정부 장관은 토고 수도 로메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팀을 철수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적 상황에서 더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앙골라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드필더인 토마스 도세비는 "선수들은 모두 애통해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더 이상 파티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우리나라의 근성(color)과 가치, 그리고 우리가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팀 내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길버트 훙보 토고 총리가 직접 나서 선수들을 만류했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가 선수단을 수도 로메로 귀환시키려고 앙골라에 내렸다"면서 부상자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돌아오게 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훙보 총리는 이어 "앙골라와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토고 대표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보안경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선수들은 눈물을 머금고 정부의 조치에 따르기로 했다. 대표팀의 주장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맨체스터시티)는 현지 라디오 <에클레시아>에 "선수들이 앙골라에 남으려고 애를 썼지만 우린 토고의 아들로서 정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CAF은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총격이 벌어진 카빈다에서 계획된 6차례의 경기를 포함해 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토고팀은 2대의 경찰 차량에 에스코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괴한들의 공격에 노출됐다. 아데바요르는 총격 때문에 선수와 임원들이 30분간 차에 갇혀 있었고, 총격이 계속되는 와중에 구조 차량으로 옮겨 탔다고 <BBC>에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토고팀이 왜 비행기가 아닌 버스를 타고 입국했는지 의아해하는 분위기이다. 대회 관계자인 버질리오 산토스는 현지 언론 <볼라>에 "어떤 팀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는 안 된다. 토고팀이 버스를 안 탔다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다"고 말했다.
카빈다 소수집단 해방전선(FLEC)은 사고 직후 이번 총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석유가 풍부한 카빈다 지역은 콩고민주공화국과 앙골라가 반반씩 점령하고 있다. 수십년간 카빈다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FLEC는 2006년 휴전에 따라 총을 내려놨으나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