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 인사청문회 이틀째를 맞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전관예우, 병역면제 의혹과 역사인식 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여야 청문위원들은 특히 황 후보자가 지난 2011년 퇴임 뒤 17개월간 로펌에 재직하는 동안 16억 원을 급료로 받은 데 대해 '과다 급여'라며 이를 집중 추궁했다. 처음에는 떳떳한 태도를 보이던 황 후보자는 계속된 질타에 "위화감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또 청문위원들이 앞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었던 정홍원 총리가 임명되자마자 1억 원을 기부한 사실을 들며 사회환원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황 후보자는 "기부를 포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전관예우에 후관예우까지… 쌍관예우"
이날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황 후보자의 전관예우 의혹이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퇴임 뒤 장관으로 되돌아오면서 재산이 두 배가 늘었다"며 "황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도 "고위공직자 경력을 활용해 큰 수입을 얻고 공직에 되돌아오는 점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며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황 후보자가 지명되자마자 SK 최태원, 한화 김승연 회장 등이 변호인을 황 후보자가 몸담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바꾼 사실을 짚었다. 그는 "장관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후관예우를 한 것 아니냐며 '전관예우에 이어 쌍관예우'라고 꼬집었다.
로펌 재직 당시 1개월에 1억 원 꼴로 급료를 받은 데 대해 비판이 일자 황 후보자는 "제가 일한 만큼 (급여가) 지급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이 수임 건수를 말해달라고 묻자 "검토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황 후보자가 두드러기 질환인 담마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범계 의원은 "징병검사를 3번 연기하면서까지 군대를 면제받았다"며 "황 후보자야말로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군사적 강경책을 주장하는 '한국판 치킨호크'"라고 비판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경위야 어찌됐든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늘 마음의 빚으로 생각해 왔다"며 "공무원이 돼서도 다른 사람 못지않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피력했다.
또 장남에게 증여한 전세금 3억 원과 관련해선 "당초 제가 빌려준 것이어서 차용증을 쓴 것인데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뒤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증여로 전환하고 증여세를 냈다"며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미스터 국보법', "'5·16 쿠데타'라는 교과서 표현, 공감해"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알려진 황 내정자의 가치관이나 역사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서 의원은 "2009년 저술한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 '4·19 혁명은 혼란, 5·16 군사쿠데타는 혁명'으로 미화했다"며 "국가보안법은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필요하다는 식으로 국보법 맹신론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5·16'사건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관한 답변은 거부했다. 청문위원들은 이날도 황 후보자에게 5·16 쿠데타와 혁명 중 어떤 표현이 맞느냐고 묻자 "공직후보자 입장에서 밝힐 수 없다"며 "교과서에는 쿠데타로 표기된 걸로 알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알고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답해달라"고 재차 요구하자 결국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자신이 수사지휘한 안기부 'X파일' 수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과 관련, "여러 자문을 거쳐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된 불법감청에 의해 만들어진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나머지 다각적인 방법으로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도청자료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큰 폐단이라고 생각하며 통신비밀보호법도 그 활용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 당시 구속수사 입장을 고수하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찰총장 사퇴 사태를 맞은 뒤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한 것과 관련,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수사를 하면서 일을 적정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특정 사건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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