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10일 서울로 돌아온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오후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솔직하고 실무적인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외교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부상 등과 만난 보즈워스 대표는 그러나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복귀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6자 테이블 복귀를 위해 추가적인 북미 협의를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 스티븐 보즈워스 대표 기자회견 장면 ⓒ뉴시스 |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미국과의 논의가 우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2005년 9월 공동성명의 모든 요소를 논의했다"는 보즈워스 대표의 말에는 북한이 평화체제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즈워스 대표는 "나는 북측에 공동선언의 모든 요소의 완전한 이행에 대해 확인을 했다"며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언젠가는 대체된다는 점을 다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단 6자회담이 다시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에 추진력이 생기면 우리 모두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6자 프로세스'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면서도 회담 복귀에 관한 답을 내놓지 않은 것은 논의의 우선순위에 대한 북미간의 입장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양국은 회담 복귀와 평화체제 논의의 선후를 두고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6자회담 재개 전에 추가적인 북미 양자협상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9일 "이번 북미 회담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양국이 한 차례 더 직접 대화를 해야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2차 북미 대화는 보즈워스 대표의 추가 방북, 강석주 부상과 보즈워스 대표의 제3국 만남 등의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물밑에서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한 상태에서 추가 대화가 있을 경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6자회담 복귀 '물밑 약속' 후 2차 대화 열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 대화에서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한 것은 보즈워스 방북의 성과로 보인다.
보즈워스는 "이번 방문이 매우 유용한 방문이었다고 믿는다"며 "중요한 것은 이번 만남이 협상이 아닌 탐색적인 대화였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및 친서 소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고, 만나지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 자신이 바로 메시지"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주장과 관련해 그는 "(그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북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우리가 대화를 재개하게 되면 중요한 문제로서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서울 도착 뒤 평양 방문 내용을 본국에 전화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중·일·러 순방을 통해 보즈워스는 이번 회담의 결과를 전하는 한편, 2차 북미 대화에 대한 관련국들의 사전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즈워스 대표 모두발언과 문답> 평양에서 북한의 관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부상, 그 밖의 다른 관리들과 만났다. 우리의 대화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 북한의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9.19 공동성명의 이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평양 방문 내용을 미국의 고위 관료들에게 전화로 보고했고, 유명환 외교부 장관,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와 좋은 대화를 했다. 앞으로 며칠간 6자회담의 기타 당사국들에게 방북 결과를 알릴 것이다. 평양에서 북한과 회담한 목적은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북측과의 만남에서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 즉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6자 프로세스의 근본 과제임을 전달했다. 비핵화에 진척이 없으면 관계개선과 9.19 공동성명의 다른 목표는 장애를 만나게 됨을 지적했다. 이번 방문이 매우 유용했다고 믿는다. 솔직하고 실무적인 분위기에서(business-like)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6자회담의 필요성과 역할,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6자회담에 복귀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이는 6자회담 당사자간 추가 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개 필요성에 대해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 이번 방북은 협상이라기 보다는 탐색적인 대화였다. 우리는 6자회담의 신속한 재개를 희망하며 비핵화의 중요한 작업을 다시 할 수 있길 희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 미국은 동맹국 및 역내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에 다른 미래를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 이런 미래를 실현하려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질의응답 -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나? = 우리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 친서 관련 질문에는 '나 자신이 바로 메시지'라고 답하겠다. - 북한이 9.19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발언했는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는가? = 우리와 북한은 서로 9.19 공동성명의 중요성과 이행 의지를 확인했다. 우리는 9.19 공동성명에서 이행해 온 작업을 조기에 재개하길 희망한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우리가 대화를 재개하게 되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 북한은 6자회담 복귀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문제에 대해 북이 이번에 어떤 입장을 밝혔고, 미국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 우리는 9.19 공동성명의 모든 요소를 논의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언젠가 대체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나는 북측에 9.19 공동성명의 모든 요소를 완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 줬다. '모든 요소'란 비핵화·평화체제, 6자 당사국간의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에 대한 논의에 추진력이 생기면 우리 모두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다. - 시간이 지연되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 북한에 6자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북한은 일단 6자 프로세스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9.19 공동성명을 계속 이행해야한다는 점에 대해 북은 동의했다. -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북이 언급한 바 있는가? = 없었다. - 추가적 북미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나? =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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