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작년 3월 총통 선거에서 58.4%의 득표율로 당선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당의 이번 패배는 올 8월 대만을 강타한 태풍 모라꼿에 대한 늑장 대처, 중국과의 급진적인 관계 개선 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마잉주 총통이 '경제살리기'를 약속하며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민심 이반의 요인이었다.
아울러 지난 11월 대만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조치를 완화해 생후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 등을 전면 수입하기로 한데 대한 여론의 저항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5일 밤 기지화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는 국민당 지도부. 마이크를 든 이가 마잉주 총통 겸 국민당 주석 |
민진당, 천수이볜 그늘 벗어나 국정 견제 세력으로 입지 강화
민진당은 4년 전 빼앗긴 북동부 지역의 이란(宜蘭) 현장 자리를 탈환했다. 이란현은 24년간 민진당이 지배하다가 2005년 선거에서 국민당에 넘겨준 곳이다. 민진당은 자이(嘉義)현, 윈린(雲林)현, 핑둥(屛東)현을 지켜 냄으로써 현장 자리를 3석에서 4석으로 늘렸다.
국민당은 화롄(花蓮)현에서도 무소속에 현장 자리를 내줬다. 국민당은 이곳에서 부패에 연루된 현직 현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공천 불복 후 탈당한 지금의 현장이 승리했다. 마 총통이 수차례 직접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던 이란현의 패배도 상징적이었다.
국민당이 차지하던 현장·시장 자리가 기존 14석에서 12석으로 줄고, 민진당의 3석이 4석으로 늘었으며, 무소속 현장이 1명 탄생한 결과만으로는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당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도가 하락하고 반면 민진당은 눈에 띄게 약진했다는 사실이다.
이날 지방선거의 득표율은 국민당이 47.88%, 민진당은 45.32%로 국민당이 2.56%포인트의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2005년 지방 선거에서 38.2%를 득표하는데 그쳤던 민진당이 7%포인트 이상을 올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승리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대만의 <차이나포스트>는 지난 지방선거와 작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40% 이하의 지지를 얻는데 머물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마잉주 총통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음을 증명했다는데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진당의 득표율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상승했고, 1986년 창당 이래 23년만에 지방선거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민진당이 부패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그늘에서 벗어나 여당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차이나포스트>는 마 총통이 내년 총선과 일부 특별자치구 선거, 2012년 총통 선거에서 매우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잉주 "경고로 받아들이겠다"
선거 결과가 나온 5일 밤 마 총통은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와 "철저히 반성하는 엄숙한 태도로서 이번 선거가 전하는 경고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유권자들이 마잉주 정부에 불신임 투표를 던졌다며, 민의(民意)를 저버리고 시정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더 큰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유권자들이 민진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면서 "민진당은 이미 바닥에서 벗어났으며 탄탄한 기초 위에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잉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서의 의미를 가졌던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마 총통은 정책의 일부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 푸젠성(福建省) 샤먼(廈門)대학 양안관계연구소 장둔차이(張敦材) 부소장은 "득표율로 볼 때 민진당이 대승하고 국민당이 대패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 "양안정책이 종전처럼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국민당은 1949년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해 타이완섬으로 넘어와 대만 정부를 수립한 뒤 50여년 간 여당으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2000년 천수이볜의 민진당에 정권을 내줬다가 작년 3월 총통 선거에서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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