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당시 선거캠프 북핵팀장을 맡았던 조엘 위트 전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최근 한국과 미국이 논의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조엘 위트 담당관은 12일 고려대에서 열린 일민 외교안보포럼에서 한미 정부와 학자들 간 급변사태 논의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불필요하게 강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국과 미국은 최근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연합군의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바꾸고, 북한 급변사태 때 대부분의 작전은 한국군이 담당하되 핵시설과 핵무기 제거는 미군이 맡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작전계획 5029'가 실제 적용될 경우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측면이 있고, 한국의 주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나 자신들의 동의 없이 한국군이나 미국이 북한 영역에 들어가는 계획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위트 전 담당관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그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국이 통일을 위해 무리해서 북한에 개입하려 한다면 불필요한 중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한국은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할 때 중국 요인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위트 전 담당관은 이어 "북한 급변사태 대책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영향력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한국의 대북정책이 북한 문제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북한 급변사태 대책 논의는 대부분 북한 정권의 붕괴를 가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가능성이 작은 시나리오"라며 "미래 북한의 불안전성에 대비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있지만 그런 계획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을 정책 결정자와 전문가들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접근방식을 넘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또한 미래에 대한 우려를 현재의 정책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이른 시일 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확보하려 하겠지만 이에 대해 실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보다 많은 관련 정보를 얻고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트 전 담당관은 1986년부터 2002년까지 미 국무부에서 북미관계 관련 업무를 맡았던 베테랑 외교관이었다. 특히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체결 당시 미국 대표단으로 활약했고, 1999년 핵시설 의혹을 받았던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을 사찰하는 대표단 단장을 맡기도 했다.
그간 북한을 총 15회 방문하면서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현재 컬럼비아대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직간접적인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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