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가을은 붉은 색으로 시작된다. 10월이 되면, 온 나라가 짙은 붉은 색으로 출렁인다. TV나 거리의 선전 현수막과 길거리를 장식하는 꽃들마저도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빛깔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국기와 중국공산당 깃발도 모두 붉은 색이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결혼식 등 길일에도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한다. 기쁨의 상징이다.
올해 중국의 붉은 색은 유난하다. 중국정부는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면서 축제 준비에 거액을 투입해서 국력을 내외에 과시하였다. 새롭게 인쇄한 오성홍기의 붉은 빛깔과 다섯 개의 노란별도 더욱 선명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중국인의 얼굴엔 조국이 과거의 오욕과 굴욕의 시대를 마감하고 전 세계를 향해 강력한 국가로 거듭났음이 뭍어나는 자부심이 얼굴에 가득하다. 오죽하면 중국의 푸단(復旦)매체여론조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98%가 자신이 중국인인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랴!
우리는 우방국인 중국의 고도성장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강대국이 되어가는 중국을 이웃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관계'인 중국이 자부심을 갖고 번영된 국가로 발전하는 것을 '질투'하기보다는 중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한다. 그 가운데 특히 젊은이들 간의 교류와 협력, 이해가 다시 필요하다. 이제는 중국을 후진국 정도로 생각하고 '짝퉁'이나 만드는 국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경제발전과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중국정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를 보면서 중국의 '신애국주의'와 13억 인구의 98%가 자부심을 갖는 일이 오버랩이 된다. 문제는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가 어느 문제를 한쪽 방향으로만 판단했을 때 나타날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이것은 나만의 기우인가?
중국인들은 왜 애국주의에 목말라 하는가?
먼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에게 패하였다. 서구 열강을 대표하는 영국은 이른바 '강력한 함정과 뛰어난 포탄(堅船砲利)'을 앞세워 강제로 중국의 대문을 열었다. 이 패배로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 시기 중국인들의 관심은 서양침략자로부터 여하히 '중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였다. 엄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앞에서 중국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서구 열강의 침략의 위기 속에 '애국주의'가 탄생하였다. 당시 '애국주의'는 '민족주의'의 개념과 함께 혼용이 되면서 열강의 침략에 대해 반제국주의를 부르짖었지만 국가는 나약했고, 부패한 통치 집단은 국가를 경영할 자격을 잃고 있었다. 이후 중국은 100여년 간의 굴욕의 시기를 보냈고 신중국을 건립하면서 중국인들은 "더 이상 민족적 굴욕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어느 민족에게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는 존재한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국가발전에 기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민족적 폐해를 가져왔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한 예로 서방 언론들은 중국에 대한 비난성 보도에 불만을 갖는 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인들의 애국주의는 과거와 다른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신애국주의'라고 부른다.
'신애국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때로는 외교현안에서 때로는 국내정책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애국주의'라는 개념은 개혁개방 이후 출생한 '80후' 혹은 '90후'의 청년세대에서 나타나는 이념의 한 형태로 등장하였다. 이들은 숫적으로 약 2억 명에 달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인터넷민족주의'(罔絡民族主義)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고, '딸기세대(草莓一代)'라거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의 이름을 따서 '나오차오세대(鳥巢一代)'라고 해서 최근에 등장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신애국주의'는 '중국민족주의'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중국의 변화를 살펴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신애국주의'는 유래는 어디인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는 어느 민족이든 갖고 있다. 특히 우리도 단일민족으로 강한 민족주의, 애국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등장한 시점에 논쟁이 있지만 '신애국주의' 개념을 중국인들은 대체로 2008년 '3.14' 티베트 라사사건과 올림픽성화봉송 저지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해외 언론들의 중국 인권 등의 비난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신애국주의'를 형성하게 한 뿌리는 중국당국에 있다고 본다. 1989년 6.4 천안문사태의 혼란을 경험한 중국공산당은 1980년대 애국주의 교육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자본주의 자유주의적 사조가 일부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에게 전파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단에 의거해서 1991년 4월 국가교육위원회 판공청은 <초중고생들의 진일보된 애국주의 교육 활동 전개에 관한 의견(關於在中小學進一步開展愛國主義敎育活動的意見>을 발표하였다. 1994년 8월 23일에는 공식적으로 중공중앙이 <애국주의 교육 실시 요강(愛國主義敎育實施要綱>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애국주의 교육의 목표는 "민족정신을 진작하고, 민족의 응집력을 증강시키고, 민족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수립하여 가장 광범한 애국통일전선 확고하게 하고 발전시키며, 인민군중의 애국 열정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위대한 사업 건설에 응집시키는 것이다"라고 확정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실시가 '80후'와 '90후' 세대의 애국주의 교육의 바탕이 되었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파동의 시기적 특징은 무엇인가?
싱가폴 국립대학 동아연구소 연구원인 리앙리쥔(楊麗君)은 "중국 '분노한 젊은이(憤靑)'의 유쾌와 불유쾌"(싱가폴 <연합조보(聯合早報)> 2009년 5월 26일자)라는 글에서 중국은 개혁개방이래 3차례의 민족주의 파동을 겪었다고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애국주의 파동은 1980년대를 관통하는 것으로 주로 서방을 학습하는 분위기였고 특히 친미적이었다. 특징은 개방성이었다.
두 번째 파동은 1990년대 출현하였으며 반서방 특히 주된 특징이 반미적이었다. 이러한 애국주의의 대두는 미국의 대중국정책 요인, 국제환경적 요인, 경제발전 및 신좌파지식인들의 대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1998년 주유고슬라비아 중국대사관 오폭사건, 2000년 중미정찰기 충돌사건, 2005년 3월-4월 일본에 대한 비판활동 등이 대표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세 번째 파동이 21세기로 진입한 이후인 바로 현재다. 이 파동은 대외적인 것과 대내적인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서방의 중국에 대한 불공정한 평가에 반대하는 것이고, 미국의 패권에 반대하며, 다국적기업의 독점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서 대내적으로는 정부의 적극적인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되는 것에 반대하고, 국내 시장경제의 친서방 노선 추진에 반대한다. 동시에 신자유주의 지식인들이 정부에 대해 미국식 개혁을 추진하자고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분배의 불공정, 생태환경의 악화, 사회분화 등에 대한 불만을 의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파동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신뢰했던 CNN 및 그 밖의 국제적인 주요언론 매체들을 오히려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 시기의 특징은 국제, 국내적인 두 방향의 공격성을 띠고 있다.
건국 60주년을 경축하며 중국정부 당국의 애국주의 교육 강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앙통제적인 성격이 강한 국가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국가차원의 '애국주의' 교육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금년 봄 중공중앙판공청은 <중앙선전부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경축하며 군중성 애국주의 교육 활동에 관한 의견>을 각 기관에 하달하여 집행하도록 지시하였다. <의견>은 6개 분야에서 지시하고 있다. 첫째는 중국공산당을 사랑하는 선전교육, 둘째, 사회주의 신중국 건립의 중요한 역사 의미 교육, 셋째, 개혁개방 30주년 선전교육, 넷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선전교육, 다섯째, 민족정신과 시대정신의 선전교육, 여섯째, 기본 국정과 정세에 관한 선전교육 등이었다. 중국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인들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경천동지하는 '변화'를 경험하였다. 즉 고속 경제성장, GDP의 9%내외의 지속성장으로 중국의 경제력은 세계 3위에 올랐고 이제는 미국과 함께 최강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중국의 기적'을 창조해 냈다. 따라서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도 중국에 대한 '편견'을 없애도록 노력해야한다. '신애국주의'의 핵심주체는 '젊은이'들이다. 만약 젊은이들의 사고의 간극이 커지면 향후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한중간 젊은이들의 교류와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장을 크게 확대해야할 것이다.
중국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지나친 애국주의 강조로 나타나는 폐해를 고려하여 주변 국가와의 친선을 도모하는 '다양한 한중 청소년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할 것이다. 한 예로 인터넷으로 상대를 비방하기 보다는 상호 좋은 사례를 교환하는 그룹들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지나친 역사문제나 민족문제로 상호 민감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신애국주의'가 양국 간의 향후 새로운 문제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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