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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쫓겨난 것보다 진짜 가슴 아픈 일은…"

[현장] '싹둑싹둑 민주주의' 진중권 씨

"잘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고심하다가 드디어 알았다. 강의 계획서 입력할 때 '허경영'을 세 번 외쳐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이제 그의 콘서트를 가서 눈을 바라봤고 이름을 불렀으니까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층 강의실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의 팬카페 '내친구 문순c' 회원들이 연 '싹둑 민주주의' 세 번째 강연. 강연자는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 그는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와 중앙대 겸임교수에서 탈락한데 이어 그간 해오던 주요 대학의 강연도 취소됐다.

진중권 씨는 함께 웃으며 "요즘 허경영 씨를 두고 말이 많은거 같던데 허경영 씨 공약만 황당하냐. '747'은 안 황당한가.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준다는 공약이나 집 한 채 준다는 공약이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차라리 허경영 공약은 위험하지 않다. 사람들이 다 웃으니까.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은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보탰다.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이유로 잘리는 사회"

요즘 진중권 씨는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많아 오히려 바쁘다.대신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은 강연에 정보과 형사가 찾아오는 것. 그는 "요즘 경찰이 현대 예술과 미디어아트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몰랐다. 만약 정보과 형사들이 모여 미디어아트 연수를 받겠다고 하면 무료 강연을 해주겠다"며 "이런저런 강연에 형사가 찾아오는 것은 3공, 5공 때 분위기 아니냐"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가 변죽을 울리면 현실로 된다. 모 인사가 김미화를 공격하니까 하차되려다 간신히 살아났고 뉴라이트 쪽에서 '소속사, 기획사 문제'를 외치니까 김제동 날아가고, 그 전엔 신경민, 또 윤도현…. 모든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것이 그들이 잘리는 사유다.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이유로 잘리는 것은 전세계에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하지만 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지면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는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누군가가 쫓겨났다'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쫓아낸다는 것은 위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자르게'되는 것인데 우리가 이제까지 애써 해왔던 '네크워크형 자율적 소통 구조' 자체가 '위계질서'로 퇴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사실 진짜 가슴 아픈 것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시대 하던 '명령형 정치'를…"

진중권 씨는 '명령형 정치'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던, 박정희 시대의 정치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기계와 결합될 수 있는 규율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유일한 집단이 군인 집단이었고 그래서 박정희 정권이 탄생했다"면서 "국민의 대다수는 농민이었고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이 소수가 명령을 내리는 '명령형 정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한국 사회는 후기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넘어간다. 진중권 씨는 "김대중 정권의 구호는 '지식 기반 경제'였다. 스스로 앞으로 우리가 생산해야 할 것은 물질이 아니라 지식, 정보라는 사실을 내다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갖고 있던 '카리스마'를 풀어낸 것이 노무현 정부, 디지털화 된, 네트워크 정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화와 그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고 그것이 IT 강국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싹둑 민주주의'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 들어 상황은 급반전 됐다. 진중권 씨는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더니 정말 지난 10년을 잃어버렸다"면서 "지난 시기 '정보화'로 자리매김했던 패러다임이 어디로 갔나. '토목 건설'로 옮아갔다"고 지적했다.

"경제를 보면 위에서 아래로의 방식 뿐이다. 경제 성격이 다른데 왜 아직도 '삽질'에 집착하는가. '4대강 살리기'에 어떤 '첨단 테크놀로지'가 있는가. 30조 원을 들여서 해야할 만큼 우리가 부족한 것이 그것인가. 한국 사회 대졸자가 87%다. 인력이 너무 고급화되어 있다. 그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자기가 1970~1980년대 유명해진 대로 토목 건설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왜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라"

경제 정책만이 퇴행한 것은 아니다. 과거 문공부처럼 '홍보' 기능을 떠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탄생과 함께 문화 정책도 함께 퇴행했다. 진중권 씨는 "'대한늬우스', '4대강 홍보'는 어떠한가. 기껏 '국민과의 대화'라는 것도 2주일에 한 번씩 라디오에서 20분씩 떠들고 대화를 했다고 한다"며 "이는 '국민은 무식하다', '홍보의 대상이다', '세뇌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반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똑똑한 애들이 그렇게 나오면 참아주겠다"면서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왔는데 자기들만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서 계몽을 하겠다고 한다. 얼마나 황당한가.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문화 코드가 됐다"고 말했다.

"현대의 고급 인력은 이미 아는 것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능력이다.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상품의 '물리적 효용 가치'가 아니라 그에 덧붙여져 있는 디자인, 콘셉트 등이다. 요즘 실리콘밸리에 가면 프로그램 하나하나 만들고 있지 않다. 자신들은 무엇을 프로그래밍할지를 떠올리고 디자인을 한다. 구체적인 작업은 중국, 인도,한국 등에 하청을 주는 식이다.

▲ "이명박 정부 지지율 고공 행진? 오래가지 못할 것." ⓒ프레시안
그러나 이러한 경제 발전 수준과 교육 수준은 맞지 않느다. 오다가 봤는데 얼마전에 지식포럼을 개최했다고 하더라. 그 포럼 발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베스트가 아니라 유니크해야 한다.'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을 봐라. 어제도 일제고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퇴행적 현상이다. 경제 수준에 맞는 인재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은 그저 퇴행적이다."


그는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두고 "이명박 정부는 '경기'와 '경제'를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경제가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은 재정을 쏟아붓고 떨어지던 집값을 다시 올려 '자산 가치'를 올려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신 재정 적자가 위험한 속도로 늘어나있다. 말하자면 집안 경기 부양하기 위해 적금 깬 것"이라며 "또 중산층의 욕구를 유지하기 위해 올려놓은 집값도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의 청사진을 그릴 청사진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 진중권 씨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지배 계층들이 전망이 없다는 것"이라며 "발상법부터가 과거를 보고 있는, 미래를 보지못하는 사고방식에 한국이 붙잡혀 있는 것이다. 이미 10년을 잃어버렸고 앞으로 다가올 몇년이 답보상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왜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가를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며 "그러나 이유는 민주세력, 진보개혁세력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프로(pro)-스펙트(spect)'가 없었기 때문이고 미래를 향해 던지는 '프로(pro)-젝트(ject)'도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대정신을 설정하고 싸우는 것이 없었다. 두 정권에서 내세운 것은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 남북화해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실현된 것에 욕망을 갖지 않는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간 토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사회에서는 빈부격차가 늘어나고 고용 안정성이 깨졌고 불안함이 높아졌는데 인식이없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747' 이러니까 '믿어보자'로 간 거다. 지난 선거에서 앞으로든 뒤로든 '던진 것'은 이명박 한 사람밖에 없었다"

진중권 씨는 "그래도 지금은 '그쪽'의 실력을 봤다. '아륀지' 인수위부터 '4대강' 까지 개그맨 수준의 카드를 봤다. 브레인이, 콘텐츠가 없는 것을 본 것"일며 "이제는 '이명박 나쁘다' 등의 공격은 재미가 없다. 안된다. 이제는 포지티브하게 미래를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시민단체들 연구소를 통합해서 공동의 플랫폼을 만들고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경제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국민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논의하는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합리적인 보수도 합의할 수 있는 큰 틀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도약을 해야한다. 그런데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하고 책임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충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각 전문 영역이 모여서 해내야 한다. 전체적인 한국 사회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면 대중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대중들에게 미래를 내다보게 하고 우리가 그리고 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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