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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패권주의 경제학자' 크루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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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패권주의 경제학자' 크루그먼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불황의 경제학'인가

'불황의 경제학'을 역설해온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4일 내한 강연을 통해 예상대로 세계적 차원에서 통화확장정책이 몇년 간 더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황의 경제학'은 불황 때는 비정상적인 정책을 써야 불황의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G20(주요 20개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는 정책 공조에 나선 것에 대해 "재정적자가 세계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면서 "재정적자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경기부양책을 한 번 더 써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연합뉴스

금리 인상 등으로 통화 환수에 들어가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크루그먼 교수는 "출구전략은 각 국이 상황에 따라 조금 빨라지거나 늦춰질 수 있지만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기준금리를 올린 호주의 경우 아직 기준금리를 올릴 만큼 탄탄한 경제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랍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경우 9%대인 실업률이 7%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적어도 2년간 0%대 금리를 유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수년 간 통화 확장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불공정해보이지만, 달러 위상은 오히려 강화될 것"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미국 주류경제학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밝혔다.

그는"단순히 통화량을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는 것은 아니다. 제로금리 상태에서는 통화량 증가가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출구전략을 늦출 경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요즘 약세를 면치 못하며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달러에 대해 "중국의 위안화는 국제적 교환성이 없기 때문에 기축통화가 될 수 없고 유로화도 채권시장 규모가 작아 한계가 있다"며 "위기의 근원지는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불공정해 보이기는 하지만, 미 달러화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돼 기축통화로서의 생존기간이 이번 위기로 10년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도 시인했듯, 이러한 현실은 불공정한 체제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한 결과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남발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의 '불황의 경제학'은 달러를 더욱 남발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사실상 미국 이외의 대안이 없는 경제회복 과정에서 달러의 지위는 오히려 강화된다는 역설을 정당화하고 있다.

크루그먼이 왜 노벨경제학상 받았나 했더니...

미국은 이미 힘을 앞세워 국제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패권국가였다. 1944년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는 대신 금 1온스당 35달러를 교환해주기로 한 약속(브레턴우즈체제)을 1971년 미국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미국을 비롯한 5개국만 핵무기를 가질 자격이 있고,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를 가지면 나쁜 나라가 된다는 '패권주의적 국제안보 논리'에 아무 문제 의식이 없는 주류 국제정치학자와 마찬가지로, 크루그먼 교수 역시 아무런 물적 근거도 없이 찍어대는 달러로 지탱해온 국제경제질서에 어떤 비판도 하지 않는다.

또한 제로금리라는 초저금리 속에 화폐를 남발해도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는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논리는, 겉보기에는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화폐 증발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더욱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패권 유지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자본가의 입장을 옹호하는 '미국의 주류 경제학자'의 논리. 크루그먼 교수가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비결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하긴 노벨경제학상 자체가 '짝퉁 노벨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며, 그래서인지 노벨경제학상이 미국에 편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70%가 미국인인 이유는?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도입 후 올해까지 64명이 수상했는데 이 중 미국인은 70%에 육박하는 44명에 달한다.

원래 노벨상은 인류 복지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수여한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지난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부문에 대해 수여했다.

그러나 1969년 스웨덴국립은행의 창립 3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서 제정된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The bank of Sweden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이다.


다만 스웨덴국립은행에서 경제학상의 재원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수상자 선정을 스웨덴 한림원이 맡았을 뿐이다.

이때문에 지난 2001년 노벨상 제정 10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알프레드 노벨(자손이 없다)의 형 루트비히 노벨의 증손자들은 "노벨이 경제학상을 원했다면 스스로 만들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노벨경제학상에서 '노벨'이라는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증손자 중 한 명인 피터 노벨은 노벨경제학상에 대해 "명성을 높이려는 경제학자들의 홍보 행위"라며 "상은 대부분 주식시장 투기꾼들에게 주어진다"고 비난한 바 있다. 노벨경제학상이 국제금융세력이 만든 '그들만의 잔치놀음'이라는 일각의 의혹제기를 연상케 하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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