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는 21일 5대 국정 목표와 20대 국정 전략, 140개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적정수준의 국방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재정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지난 18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관련해 박 당선인이 "북핵 문제로 국방비 증액 등 돌발적인 재정소요 변수까지 나타났다"고 말한 것에서 드러났듯 최근 북핵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 핵실험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위한 국방예산 증액은 서두른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서둘러서 국비를 높게 잡겠다고 발표하기 보다는 국방정책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예산 증액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18일 국정과제 토론회 자리에서 국방비 증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
정 대표는 현 상황과 맞물린 국방예산 증액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의 10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기존의 가용예산을 가지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며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박근혜 정부가 여러 공약을 내놓은 상황에서 지금보다 예산을 더 늘리는 것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디펜스 21> 김종대 편집장은 국방예산 증액에 앞서 북한의 능력과 의도를 보다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춘 합리적인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전략적인 위협이 된다면 그 상황에 맞게 국방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이어 "국방예산 증액의 시기 앞당기고 양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전력 증강에 이은 군비 경쟁으로 치닫는 것은 서로에게 소모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에 대한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을 세우고 그에 맞춘 예산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안보와 민생 복지를 양축으로 놓은 상태에서 서로가 침해되지 않도록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원배분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북한의 도발을 염두에 둔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개정된 미사일 지침에 따라 미사일 능력을 확충하면서, 실질적인 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킬체인(Kill Chain)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등을 미국의 실시간 탐지체계를 통해 찾아내고 표적 정보를 공유해 정밀타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논란이 됐던 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략 동맹 2015'를 근거로 한국군 주도의 단일 전구(戰區)사령부 구성과 연합전투참모단을 운영하면서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병 의무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미·중 3자 전략대화, 북핵문제 해결 추동력으로 삼을 것
한편 인수위는 이날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인수위는 미·중 등 관련국과의 조율을 거쳐 비핵화 프로세스를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6자회담의 재개도 포함된다. 또 한·미·중 3자 전략대화 구상을 밝혔는데 이 대화를 단계적으로 가동하여 3국 간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북핵 문제 해결에 추동력으로 작동하도록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 정책인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도 나왔다. 우선 박 당선인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강력한 억지에 기초한 대북정책"이라고 언급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남북한 쌍방이 함께 노력해야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순수 인도적 지원은 정치 및 안보상황과 구분 짓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특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대화 채널을 개설하고 기존 남북간 합의를 이행하여 개성공단과 같은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서울·평양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문제는 여건을 감안해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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