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이 촬영된 5월 19일은 지모 조합원에 대한 징계위원회 재심이 열린 날. 직전 1차 인사위원회에서 '해고' 결정을 내리고 구본홍 전 사장이 정직 6개월로 낮추는 등 중징계 결정이 나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컸다.
YTN 노조는 28일 서울 남대문 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에서 이 동영상의 일부분을 공개했다. 당시 인사위원회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7층 일대가 두루 찍혀있는 이 동영상에는 화면 오른쪽에 노란색 넥타이가 늘 나타나고 흔들림이 많은 것으로 보아 왼쪽 가슴 옷깃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 YTN 노조가 공개한 "몰카 동영상" 초반 장면. 카메라 바로 앞쪽의 넥타이가 잡혀있다. 이 넥타이는 동영상 내내 화면 오른쪽에서 나타난다. '1980-01-01'이라는 날짜는 애초에 잘못 설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YTN 노조 제공 |
노조에 따르면 26분 30초 가량의 이 동영상에는 YTN 간부로 추정되는 사람이 회의실에서 옷깃에 카메라를 다는 장면에서 시작해 상무실, 전무실을 들어가 YTN 노조의 시위 상황을 보고하는 장면, YTN 조합원들이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하는 장면 등이 촬영되어 있다. 또 마지막에는 카메라를 떼어낼 때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촬영자 본인의 얼굴도 찍혀 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음질은 좋지 않지만 동영상 초반에 보면 경영진을 만나 '저놈들이 요 앞에까지 오면 추가로 잡힐까 싶은데 어쨌건 간에 복도에서도 구호하면 저것도 위법'이라며 '몇 커트 이미 촬영을 해놨다'라고 말하는 대화도 찍혀있다"고 설명했다. 또 촬영장비를 풀면서 한 간부를 만나자 "봤어? 촬영장비?"(추정)이라는 발언도 나온다는 설명이다.
노종면 위원장은 "고위간부가 직접 몰래카메라를 사용했고 경영진에 보고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보고를 받은 경영진이 몰래카메라 촬영을 지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는 배석규 전무와 김사모 상무, 촬영자 3명을 고소할 생각"이라며 "비록 '의혹'이지만 경영진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은 수사기관에서 가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28일 기자회견에서 몰래카메라 동영상에서 캡쳐한 사진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노 위원장이 들고 있는 사진은 배석규 전무에게 항의하기 위해 찾아간 현덕수 전 위원장을 따라가는 기자 등 일행들의 모습으로 화면속 작게 자리잡은 거울에 촬영자 본인의 얼굴도 찍혀있다는 설명이다. ⓒ프레시안 |
동영상에는 상무실, 전무실을 들른 촬영자가 밖에서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소리가 들리자 조합원들이 모여 서 있는 복도로 나가 촬영하는 상황도 나와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조합원과 인사위원 간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 위원장은 "만약 이 사람이 직접 대화를 하는 당사자라면 본인의 대화를 녹음, 촬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사람은 감청의 목적으로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유리되어 있는 상태"라며 "명백한 불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몰래카메라 구입비용' 공개되어 논란
지난 3월 YTN에서는 경영진이 각종 보안비용으로 3600만 원을 지출하면서 그 내역에 △몰래카메라 구입 비용 △도청 및 몰래카메라 탐지 비용 △CCTV 관련 비용을 포함시켰음이 공개돼 한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노종면 위원장은 "구입 사실이 공개된 마당에 설마 진짜로 사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동영상을 '캡처'한 형식의 출처 불명의 사진들을 제시 받은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당시에도 사측이 몰래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몰카'를 이용한 채증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YTN 노조는 "명백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고 배석규 전무와 김사모 상무, 촬영자 3명에 대해 추석 이후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본인들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이 불법이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수사기관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며 "게다가 YTN 사 측은 법원에 본인들의 입증 자료로 이 동영상을 제출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누설' 혐의도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당시 사내에 강경 대응을 주도했던 사람이 배석규 전무 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몰래카메라 채증이 본인의 지시가 아니라면 당사자를 두둔하지 않고 징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5월 19일 당시 프레시안 촬영 사진. YTN 노조가 촬영자로 추정하고 있는 간부가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는 YTN 조합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가 착용하고 있는 넥타이도 동영상에 나온 것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사측 "'불법상황' 찍은 채증일 뿐 몰래 카메라 아냐"
그러나 이에 YTN 사 측은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채증"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가 촬영자로 추정하고 있는 모 간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나는 몰래카메라를 찍은 적도, 찍으려고 생각한 적도 없다"면서 "(지 조합원의 인사위원회 재심이 열렸던) 당시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YTN 사 측 관계자는 "몰래카메라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측이 노조 사무실 등을 몰래 찍는 것 등을 말하는 것이지 YTN 노조원들이 인사위원회 앞에 몰려온 것을 찍은 게 '몰카'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상황이 불법이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노조가 촬영자로 의심하는 간부도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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