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에 대해 "과연 권력투쟁으로서의 정치가 내포한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내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발간한 자전적 에세이 <어떻게 살 것인가>(아포리아 펴냄)에서 직업으로서 정치인의 삶을 회고하며, 지난해 직업 정치인을 선언한 안 전 후보에게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그것도 대통령을 목표로 삼는다면 권력투쟁을 놀이처럼 즐거운 일로 여기면서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마디로 인생을 통째로 걸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 전 교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를 결집하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80%에 육박하는 두 거대 정당의 시장 점유율을 무너뜨릴 의지나 계획은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며 "그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공급자(정당)와 손잡고 부분적 혁신을 하는 방향으로 나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인기란 아침안개와 같다. '좋은 생각'과 '착한 이미지'로 인기를 잠시 붙잡아 둘 수는 있지만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운영할 세력을 구축할 수는 없다"며 "본격적으로 할 경우 정당 혁신과 정치개혁, 공정한 국가운영이라는 대의를 대중과 함께 실현하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안 전 교수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공통점으로 '욕망이 아니라 도덕적 대의에 발을 딛고 정치를 한다는 점'을 꼽고 "이러한 도덕적 기초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못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과 권력, 탈정치와 정치 사이의 딜레마를 잘 견뎌내며 도덕적 이상과 현실의 욕망 모두를 이끄는 리더들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대해선 "온건한 자유주의 성향의 진보적 정책 노선과 튼튼한 지역 기반의 강점 덕분에 아주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의 정치문화가 최악의 단점"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어 "민주당은 기득권과 개별적 욕망이 정치적 대의를 압도하는 정당이 됐다"며 "이를 인정해야 비로소 혁신이 시작될 수 있지만 당내 많은 정치인들에게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와 관련, 통합진보당 인사들에 대한 비판도 가감없이 했다. 그는 "이정희 전 대표와 구 당권파가 자신들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옳다고 믿는 어떤 것의 노예가 됐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제법 긴 시간 대표 진보정당을 이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 "5060세대가 독재자의 딸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지난 시대와 자기 개인의 삶을 동일시하는 정서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진보의 거듭되는 패배 중 하나일 뿐으로, 선의 패배나 악의 승리가 아니"라며 야권 지지자들이 '멘붕'에 빠지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제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생활정치인'으로서 살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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