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학자들도 속단은 금물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W자형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사태 지속, 소비 부진, 임금 감소를 그 이유로 꼽았다. 중국 등 동아시아 경제 회복세가 미국과 세계 경제회복을 주도하기엔 힘이 약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주요국 경제가 2~3년 간 완만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며 U자형 회복에 무게를 뒀다.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문제라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각국이 2011년까지 부양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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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출구전략 처방에서 핵심은, 경제가 코앞을 보면 V지만. 크게 멀리 보면 W(일시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분기에 보인 인상적인 회복세가 확장성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즉 긴급 자금방출의 단기 효과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7월까지 금융권 신규대출액은 7조 7천억 위앤(약 1조 1천억 달러). 연간 목표치(5조 위앤)를 훌쩍 뛰어넘었다. 고삐 풀린 자금은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입됐다. 5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주택대출로 부동산 시장엔 엄청난 자금이 유입됐다. 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액주사를 맞은 것이다.
물이 많으면 범람하듯 돈도 과하면 넘쳐흐르기 마련이다. 돈이 넘쳐흐르는 경제는 '거품-과열-쇠퇴'의 삼부곡(三部曲)을 비켜가기 어렵다. 중국은 불과 얼마 전 그런 경험을 했다. 2003년과 2004년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강력한 거시정책조정에 나선다. 곧이어 경제 온도가 급속히 내려가자 2005년엔 통화 공급을 확대한다. 이어 찾아온 것은 통화팽창이 아니라 자산가격의 거품이었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실물경제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2007년 주가지수는 2600에서 6000을 뛰어넘었고 경제성장률은 13%를 초과했다. 이듬해 주식시장이 썰물처럼 빠지더니 실물경제도 급추락 했다.
올 들어 풀린 돈은 2005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 역시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부동산은 냉탕에서 온탕을 거쳐 열탕으로 갈 우려가 있다. 증시는 8월 한 달 조정을 받았다지만 기대감이 식지 않고 있다. 8%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8개월여를 달려왔지만 과열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2005년과 같은 처방에 나선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급속한 쇠퇴다. 이전과는 다른 출구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단기간 내 수출이 예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기 어려워진 지금,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중점을 체제개혁과 구조조정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출구전략은 열고 나가야 할 문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담보 대출금 상환에다 비싼 교육비와 의료비 부담으로 씀씀이가 빠듯한 게 인민들의 생활이다. 부동산시장 구조도 바꾸고 교육개혁과 의료개혁도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없다. 방향은 분명한데 매뉴얼이 없는 것이 중국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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