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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부사장 임명 거부…이병순 사장 연임에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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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부사장 임명 거부…이병순 사장 연임에 '빨간 불'

"임기 종료 앞두고 부사장·본부장 인사 적절치 않아"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가 4일 이병순 사장이 낸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사회는 '인물'이 아니라 '사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부사장 교체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밝혀 이병순 사장은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11월 23일까지 부사장 대행 체제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당초 이병순 사장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을 위한 '친정 체제' 구축 차원으로 해석됐던 부사장·본부장 사표 사태가 도리어 이병순 체제를 흔드는 '자책골'로 귀결된 모양새다. 이병순 사장의 연임 시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임기 종료 앞두고 차기 사장 인사권 제약하겠다는 것인가"

이병순 사장은 이날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김영해 기술본부장을 부사장 후보로 제청했다. 이 사장은 부사장직을 2인 체제에서 1인 체제로 변경하는 직무체제 변경안도 함께 제출했다.

이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 연임을 고려해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사장들이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겠다'고 밝혀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고 사퇴가 갑작스럽게 이뤄져 어제저녁까지 후임자 인선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부사장을 한명만 임명하겠다"면서 "새 부사장이 선임되면 본부장과 팀장에 대한 후속인사를 통해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논의를 거쳐 "사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을 바꾸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전체 동의로 임명 동의안을 거부했다. 11명의 이사 중 한 명의 이사가 "동의해줘야 한다"며 이견을 제의했으나 토론 과정을 거치며 '부결'로 중론이 모아져 결국 표결 처리 없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의 대변인을 맡은 고영신 이사는 "△이 사장의 임기가 두 달 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사장을 새롭게 임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 지난 1일 취임한 우리 이사들도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또한 제청된 인물에 대해 검증할 시간도 부족했다는 등의 3가지 이유로 부결했다"고 밝혔다.

"임기 70일 남기고 임기 3년 부사장 뽑겠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서는 여야 추천을 가릴 것 없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사장이 부사장·본부장 교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는 전언이다.

한 이사는 "부사장과 본부장 임기가 3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현재 사장 임기는 7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한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지적이 중론이었다"면서 "이사회 전체가 '인물은 훌륭하지만 교체 시도 자체가 무리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이사도 이사회가 개인에게 동의하고 않고를 떠나서 이런 식으로 바꾸는 것은 조직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차기 사장으로 누가 선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장의 부사장·본부장 교체 시도는 사실상 후임 사장의 인사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도 대부분 임명 동의안을 거부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간 KBS 내부에서는 이 사장이 이사회와의 조율이나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부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 이사는 "이병순 사장이 김영해 내정자에 대한 자료를 오늘 아침 회의 직전에야 배포했다"며 "이사들 사이에서는 여야 추천을 가릴 것 없이 임명동의 처리일 당일에 자료를 받아 누군지 어떻게 검증하겠는가라며 비판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야당 추천 이사는 물론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도 이 사장을 옹호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셈. 그는 "이 사장은 이사회를 허수아비로 본 것"이라며 "앞으로 이병순 사장은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부사장은 당분간 선임 본부장이 직무를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병순 사장으로서는 부사장 동의안 거부에 따른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부장 신임 투표를 앞두고 연임을 위해 부사장·본부장 교체를 시도한다는 내부적 반발이 적지 않고 자신이 추천한 부사장 내정자도 이사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이병순 리더십'에 큰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수신료 인상, 공영방송법 제정 등 KBS 현안도 산적한 상황에서 부사장 공백을 초래한 데 따른 책임론도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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