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이같은 의혹을 최초 보도한 <동아일보>는 20일 허 내정자의 논문 절반가량이 다른 논문과 똑같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대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허 내정자는 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참여자 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이 논문이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가 1996년 한국행정학보에 게재한 '지방정책에 대한 이론모형의 개발과 실증적 적용'이라는 논문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가 개발한 이론 모형을 그대로 적용, 똑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며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그대로 옮겨 적은 것. 논문 서두 내용이 일부 겹치는 경우는 있지만, 연구방법론과 결론까지 특정 논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허 내정자의 논문에 대해 "해도 너무했다. 이런 표절은 처음 봤다",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는 저자가 고유로 판단하는 부분인데 이것마저 같다면 표절 논란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응이다.
<동아일보>는 나아가 허 내정자가 논문을 대필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치인이 보좌진이나 대학원생을 시켜 논문을 대필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 내정자의 논문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허 내정자는 1995부터 1999년까지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상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 내정자는 이에 대해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 내정자의 표절은 논문 표절로 당선 9일 만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문대성 의원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문 의원의 경우 연구 주제와 목적 일부를 그대로 인용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지탄을 받아 결국 자진 탈당했다.
의혹이 증폭되자 허 내정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연구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연구윤리 기준을 충실하게 지키지 못한 점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이어 "정치를 하는 과정에 저의 부덕의 소치로 때로는 말로 때로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들과 특히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적이 없지 않았다"며 "주변 관리를 잘 못해 국민들께 부담을 드린 점도 있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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