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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너흰 그냥 테러단체로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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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너흰 그냥 테러단체로 남아있어!"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제도정치권 참여 반대하는 이스라엘, 왜?

반정부 단체나 반군의 폭력적인 활동을 줄이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접근법은 '포용'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구하고 반군세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항구적인 평화를 도출하기 위해 가람 바람직한 방안이다.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에서는 특히 더욱 효과적인 분쟁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한 국가 내에서는 이러한 포용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주변국에서 난리다. 레바논의 경우다. 레바논 정부는 새로운 정부 출범에 반정부 세력인 헤즈볼라를 참여시키려고 한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헤즈볼라는 지난 정부에서도 여러 각료를 배출했고, 의회 선거에 참여해 자신들의 영향력에 걸맞은 정치적 역할을 해왔다.

▲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지난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산 나스랄라 지도자의 연설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레바논 내에서는 '포용' 이스라엘은 '반대'

하지만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세력이 있다. 이스라엘이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만약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부에 참여할 경우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행위에 대해 레바논 전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때 헤즈볼라와 34일 간 격렬한 전투를 치른 바 있다. 군사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소수의 반군단체 헤즈볼라의 공격에 158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아랍국가와 치른 전쟁들 중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는 치욕을 당했었다.

이런 이스라엘의 반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아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 내정자는 26일 헤즈볼라를 새 통합정부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리리 총리 내정자는 이날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새 정부의 구성이 레바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헤즈볼라는 새 정부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용의 정책으로 레바논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이다.

지난 6월 친서방파 여권그룹인 '3·14 동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하리리는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총리로 지명받은 뒤 두 달째 여야 통합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하리리 총리는 새 정부의 각료 자리 30석 중 15석을 자신의 여권그룹에, 10석을 헤즈볼라와 야권동맹에, 나머지 5석을 술레이만 대통령이 지명하는 독립적인 인사들에게 안배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상당수 아랍국가와 미국도 지원하는 하리리의 여권그룹은 지난 6월 총선에서 전체 128개 의석 중 과반인 71석을 차지했다. 57석 확보에 그친 헤즈볼라의 야권그룹을 누르고 재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4년 전 의문의 차량폭탄 테러로 숨진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인 사아드 하리리는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2005년 레바논에 29년 간 주둔했던 시리아군을 몰아내는 운동을 주도해 철군을 성사시키고, 같은 해 총선에서 친서방파의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외국군에만 테러 저질러

이스라엘의 강경입장은 헤즈볼라에 대한 철저한 반감에 기인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철저히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테러단체가 이웃한 국가의 정부에서 활동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헤즈볼라 전체 조직'(The Entire Organization Hezbollah)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더불어 캐나다와 미국뿐이다. 호주는 헤즈볼라의 '대외안보 조직' 그리고 영국은 헤즈볼라의 '무장조직'만을 테러조직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 다섯 나라를 제외하고는 헤즈볼라를 공식적으로 테러세력이라고 분류한 나라는 없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사망한 헤즈볼라의 창립자 이마드 무그니야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바 있을 뿐이다.

헤즈볼라는 사실 국제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테러 행위를 감행해 왔다. 서방 인질을 납치 억류하고, 민간 시설과 민간인에 대한 자폭테러를 자행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공격은 레바논 남부를 불법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 군사시설과 기타 외국군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건은 1983년 미 해병대 막사에 대한 공격이었다. 당시 자폭공격으로 베이루트에 주둔중인 미 해병대 241명이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반면 아랍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헤즈볼라의 테러행위를 비난하면서도 정당한 정치단체로 인정한다. 특히 아랍 국가들은 헤즈볼라를 '저항운동'으로 언급하면서 불법점령국가인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찬사를 보낸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현재 아랍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헤즈볼라 자극하는 이스라엘

논란이 일고는 있지만 헤즈볼라는 테러단체가 아닌 무장정치세력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대다수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설립 배경과 활동을 보면 이런 시각이 명확히 이해된다.

헤즈볼라는 '알라의 당'이라는 뜻의 아랍어다. 레바논 내 최대 시아파 이슬람 무장단체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이에 저항하기 위해 이란혁명수비대에 의해 창설됐다. 현재까지 레바논에서 대(對)이스라엘 투쟁을 주도해왔다.

이후에도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대치할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욱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헤즈볼라의 투쟁은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철수 결정에도 크게 작용했다.

이를 우려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4년 9월 채택된 유엔 결의 1559호를 통해 "시리아내 모든 외국계 민병대의 철수 및 해체"를 규정했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 최대 정파이기도 하다. 레바논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최대종파 120만 시아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무장단체이지만 대이스라엘 투쟁에만 전념하는 반면 레바논 내전에는 개입하지 않아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 의회선거 등에 참여하고 시민들에게 교육 및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봉사활동도 벌이고 있어 단순한 테러집단이 아닌 정당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2005년 레바논 총선에서 헤즈볼라-아말 연합세력은 전체 128석 가운데 35석을 차지했다. 2009년 총선에서는 57석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현재 헤즈볼라는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중동 내 최대 무장단체다. 반(反)이스라엘 기치를 들고 있어 이스라엘에게는 실질적인 '최대의 적'이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제도권 재참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당한 고전을 만회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결국 기회를 잡기위해 이스라엘은 계속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자극하고 있다. 7월 29일에도 이스라엘 전투기 6대가 28일 레바논 북부 영공에 무단 침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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