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한국방송(KBS) 사장 취임 1년을 맞아 사내에서 '이병순 체제'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 사장에 대해 "연임은 꿈도 꾸지 마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수신료 현실화보다 절박한 것은 공익성의 위기"
공영방송 KBS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KBS사원행동)은 27일 성명을 내 "공영방송 KBS의 추락을 애써 외면하는 이병순 체제의 유일한 자랑은 흑자 경영이나, 이면에는 방송 제작비 절감으로 인한 프로그램 질 저하와 제작 의욕의 희생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은 어찌됐든 허울 좋은 흑자만 내면 된다는 해괴망측한 경영이 자랑거리인가. 올해만 그렇다고 한다. 사장 연임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원행동은 "매월 '수지동향 보고회의'에서는 예산이 초과 집행된 실국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불호령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시간외수당을 비롯한 절감된 예산 배정액은 해당 실국장의 목숨선이 되어 연일 부서원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병순 체제가 연임을 위해 내건 마지막 카드는 '수신료 현실화'"라며 "수신료 현실화는 KBS 구성원 모두에게 몹시 절박하고도 시급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나 우리에게 더더욱 절박한 것은 공익성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수신료 현실화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의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업방송 시장의 활성화 즉, KBS 광고를 빼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수신료 현실화는 결국 KBS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병순 사장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KBS를 만들기 위해, 진정한 공영방송을 건설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라"면서 "사장 연임이라는 헛된 야욕을 버려라"고 촉구했다.
"KBS는 이병순 사장 1인 체제인가"
KBS PD협회(협회장 김덕재)도 성명을 내 "취임 초부터 기울인 적자 개선을 위한 과도한 조치들은 KBS를 식물 상태로 만들었다"면서 "공채 4기 이병순 사장에게 KBS의 미래는 본인의 연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이병순 사장은 특유의 폭압적 리더십을 마음껏 보여 왔다. 상대가 답변을 못할 때까지 다그쳐 몰아세우는 그만의 방법으로 임원들부터 군기를 잡더니, 전체 조직이 이심(李心)을 읽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독재의 시대에나 있었던 조직 문화를 복구해냈다"면서 "제 KBS에서 자율과 창의는 먼 과거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장 1인이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고, 중간 간부는 전달하고, 직원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조직은 생명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는 사장의 아이큐가 얼마나 될까하는 것이다. 그의 아이큐만큼만 KBS는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들은 "날선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자발성에 근거해 움직일 때 방송은 살아나고 국민들의 신뢰도 살아난다"면서 "자발성과 비판 정신 둘 다 죽여 가며 이병순 사장이 얻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성찰해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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