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남북관계의 마지막 돌파구…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북관계의 마지막 돌파구…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한반도 브리핑] 꽉 잡거나 뿌리치거나 두 가지 선택 '기로'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의 대결국면에서 급작스럽게 대화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8월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이어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으로 북미관계 개선은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북한이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최초로 남북 당국간 고위급 만남이 있었고, 26일부터는 금강산에서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이어 중국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파견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9월이나 10월 경 방북이 예정되어 있어 한반도는 본격적인 대화의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특히, 북한의 조문단이 체류를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단기적인 유화국면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한 조문단장이었던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언급대로 남북관계는 지금도 늦지 않았고 새롭게 짜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기반으로 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자"는 김 비서의 언급은 두 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 변화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만남 과정에서도 확인되었듯, 북한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적잖이 당황한 듯하다. 또한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준비된 대북정책이 없다면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의 예방을 받고 있다. ⓒ청와대

남-북-미 3자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

최근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는 북미관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당시처럼 남한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배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병행해 이끌어 가고자 하는 것이 현재 북한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한미관계는 선순환적인 구조를 형성할 때에만 큰 발전이 있었다. 남북관계의 경색과 북미관계의 해빙, 반대로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관계의 경색은 모두 한미관계의 불협화음과 갈등을 불렀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북미관계가 풀리는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을 경우 한미관계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과 공조에 관한 온갖 요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것 같은 북미관계 개선 조짐은 한미간 갈등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기다림의 전략' 혹은 '대북 정책의 원론'만을 반복하는 데에서 정말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남-북-미 3자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책을 관철시켜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는 역설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더 빠르게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북미간 접근을 통해 비핵화 실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금의 상황이 포괄적인 남북관계 발전 구상을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다듬어야 할 때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 과감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처럼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고수한다면 북한에, 혹은 국제정세 흐름에 끌려가기만 할 뿐이다.

손 잡거나 뿌리치거나…선택은 두 가지뿐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은 조문단으로 시작해 특사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갔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하듯 남북 최고위 당국자간의 정치적 결단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이었다.

이미 북한은 특사라는 형식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요구했고,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이제 우리가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한 특사 파견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남북간 고위급 정치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다. 북한이 내민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뿌리칠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적당히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관망할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저러한 계산을 하기에는 북한에서 던진 공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손을 꽉 잡거나 대결 자세를 지속하는 두 가지 길 이외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지지 기반과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상황 변화도 살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기준은 바로 국민적 요구와 민족적 과제의 실현에 대한 역사의 평가일 것이다.

지금 이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만들어준 기회이자, 출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맞는 기회이다. 6.15 및 10.4 선언에 기반을 두되 그를 넘어서는 남북관계의 역사를 만들어갈 첫 발을 잘 내딛어야 할 것이다.

빛을 발했던 민간의 역할, 더 독려해야

끝으로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남북관계의 위기에서 민간이 하는 역할에 관한 문제다. 지난 역사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것인데, 흔히 말하는 통민봉관(通民封官)이 아니라, '선(先)통민 - 후(後)통관'을 통해 민간의 만남이 결국 당국자간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현정은 회장과 김대중평화센터는 주어진 계기에서 남북 당국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그 결과 회담이 성사됐다. 이는 아무리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하더라도 민간의 자율적인 활동을 막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정부가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나 2005년 정동영 특사의 성공적인 활동은 결국 민간이 자리를 마련하고 징검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민간의 대북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고, 지금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과정을 되짚어 보면 오히려 위기시에 민간의 활동을 독려해야 하고, 그걸 정부가 뒷받침할 때만이 기회가 만들어진다.

남북관계는 민과 관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균형을 유지하며 발전할 때만이 잘 굴러갈 수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