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안 보고는 MBC의 사업 계획 등 MBC 경영 전반에 관한 것으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현안 보고를 받고 경영진에 대한 공과를 짚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안 보고 이후 친여 성향 방문진 이사들이 대대적인 'MBC 압박'을 시도할 것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방문진 질의 내용 <PD수첩> 등 프로그램 개입 노골적
실제로 방송문화진흥회는 미리 MBC에 보낸 질의서에서부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MBC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경영 △인사 △보도의 공정성 △노조의 파업과 상벌 관련 질의 등으로 구성된 질의서에는 MBC를 '노영방송'으로 규정하고 <PD수첩> 등 MBC 시사 프로그램을 적대시하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방문진은 <PD수첩>을 놓고 "사전 게이트 키핑이 있었나", "왜곡 조작 논란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 노력은 있었나" 등의 질문을 던지고 질문마다 "경영진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라는 식의 '자아 비판'을 요구하는 질문을 덧붙였다.
또 방문진은 "엄사장은 사실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는데 왜 민사재판에 항소를 했나"라고 묻기도 하고 "회사는 민사 또는 형사 소송에서 회사 또는 직원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PD수첩> 또는 다른 해당 프로그램 제작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은 <PD수첩> 뿐 아니라 <뉴스후>, <시사매거진2580>, <100분토론> 등도 거론하며 "미디어법 관련해 100% 노조의 입장을 보도했다", "쌍용차 파업에서 파업 노조원들에게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다"는 등 프로그램을 각기 재단했다.
▲ 엄기영 MBC 사장이 19일 MBC 노동조합의 방문진 항의 피케팅 속에 현안 보고차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MBC 경영진 사퇴 압박용 질문 수두룩
한편,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해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질문도 많다. "사소한 보도 오류에 대해서도 경영진 사퇴와 같이 무한 책임을 지는 선진국의 사례를 현 경영진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현 경영진은 공정성·정확성을 위한 조치로 무엇을 하였는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면 방송법과 MBC 방송강령에 의거,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등이다.
이들은 엄 사장이 지난 3일 사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그동안 어느 정파와 세력에게 흔들렸다고 자평하시는지. 앞으로 정도를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시겠다는 것인지 그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MBC 노사관계를 두고도 "노조가 경영권에 관여하는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노조의 (불법) 파업을 이해한다고 말한 엄사장의 진의는 무엇인가", "노조 파업에 대해 노조위원장은 3개월 감봉 조치하고 공정노조 2인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를 한 것은 적정성 여부를 떠나 형평에 맞는 것인가" 등의 질문도 냈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명박 정권의 심부름센터 직원인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 노조는 19일 특보를 내 방문진 이사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19일 오전 방문진을 찾아가 항의했다.
MBC 노조는 "이날 질의서는 마치 이명박 정권이 고용한 심부름센터 직원이 작성한 것 같은 인상"이라며 "특히 노사 관계를 이간질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계획, <PD 수첩> 등 대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평소 자신들의 적대감이 유감없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방문진은 사장에서부터 일반 사원까지 개개인의 상식과 양심마저 재단하고 뜯어 고치는 것이 마치 시대적 사명인양 착각하고 있다"면서 "방문진이 프로그램 내용을 문제 삼아 경영진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MBC를 편파방송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엄기영 사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해서도 "방문진의 모욕적 언사에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요구대로 참회하며 자리 보전에만 힘쓸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남은 양심과 자존심을 내걸고 공영방송 지키기에 나설 것인가"라고 물으며 "당신들의 행보를 전 조합원이, 아니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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