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가 따로 있느냐. 억울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야 한다."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상남도 밀양 주민이 지난 1월 31일부터 릴레이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18일 오전 이들 앞에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타났다. 정 전 의원은 이른바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죄로 1년간 복역하고 지난 25일 0시 홍성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밀양 주민의 단식 농성은 지난 1월 28일 한국전력이 밀양시 4개 면 구간의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의 농성에도 지난 8일 열린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공청회에서는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았다. 2001년부터 이어져온 한국전력과 밀양 주민 간의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 18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밀양 주민 고준길 씨와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
이날 릴레이 단식에는 고준길(70), 구미현(64), 김옥희(59) 씨가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밀양시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 주민이다. 이들은 정봉주 전 의원을 반기며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싸워온 소회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때로는 궁금한 것을 물으며 이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이들은 "지중화 방식(송전 선로를 땅에 묻어 콘크리트로 막는 방식), 대안 구간 모색 등 우리가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한국전력과 정부는 전혀 듣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이들은 "양측이 만족하는 대안을 마련하고자 전문가 5명에 주민 5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은 "대안이 있는데 대체 왜…"라고 반문하며 주민과 한국전력 측에서 각각 3명을 내놓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추천한 2명을 추가해 8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를 만드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정 전 의원은 "전문가가 양 측의 의견을 종합해 적절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이런 합의체를 제안해야 (한국전력 측이) 협의체 구성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예산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원전 정책에 대해 "박 당선인의 정책은 원전을 확대하자는 방향이라 별로 (주민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결국 신고리 5, 6호기를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민주통합당), 김제남(진보정의당) 의원에게 오늘 나눈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발전소 중심의 전력 정책을 고집하는 한 송전탑 건설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고리 5, 6호기는 각각 2018년 말과 2019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려면 밀양 송전탑이 필요하다.
만약 신고리 5, 6호기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밀양 지역에 69개나 되는 송전탑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이 공언한 에너지 정책을 미루어볼 때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의원은 "박 당선인이 핵발전소에 긍정적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구미현 씨는 "오는 21일 공고가 예정된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계획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주민들은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며 "이제까지 송전탑 공사를 위한 헬리콥터와 포클레인을 몸으로 막아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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