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009년에 이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평화는 또 다른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이 2.12 핵실험을 밀어붙인 배경과 성격, 앞으로의 전망을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북한의 핵실험을 어떤 눈길로 바라봐야 할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2월 14일 낮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시민사회, 학계가 모여 '북한 3차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시민평화포럼, 환경운동연합, 국회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공동주최하고 '핵군축을 위한 의원네트워크(PNND) 한국위원회'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토론회는 북핵이라는 주제의 무게 때문일까, 진지한 분위기 속에 2시간 넘게 이어졌다.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북한 3차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급원탁토론회 ⓒ김재명 |
박순성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정철 숭실대 교수,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그리고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오고간 내용을 간추려 본다.
■ 박순성 동국대 교수 "북핵 둘러싼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
한국전쟁 정전 60년을 맞아서 한반도에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는 중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핵실험 뒤에 여러 단체, 정부, 국제기구에서 성명서를 내어놓았는데, 크게 3가지 경향이 있다. 첫째는 북한 핵실험에 강경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 둘째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화주의적 입장에서 대화만이 해결책이라는 견해다. 세 번째는 북한 핵실험을 비판하지만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핵정책이 지닌 이중잣대를 비판하고, 북한과 대화하지 않고 압박하는 정책이 결국 북핵 3차 실험 가져왔다는 비판적 견해가 있다.
▲ 박순성 동국대교수, "북한이 3번이나 핵실험한 것은 한반도 평화에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그렇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는 앞으로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대북정책이 지닌 위선적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김재명 |
북한이 3번이나 핵실험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바람직스럽지 못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는 앞으로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몇 가지 생각해보게 된다,
첫째, 정부 차원의 안보정책, 평화정책들이 지닌 위선적인 측면이다. 지금껏 인권정책에 대한 위선도 지적을 받아왔지만, 핵 비확산을 둘러싼 정책의 위선적 측면도 생각해볼 점이다. 특히 미국의 북한에 대한 비확산 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전략적 선택 때문에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이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지만, 그동안 북한이 주도적으로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 온 것을 볼 때 남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셋째,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지난날 추진했던 대북정책이나 협력정책, 대북포용정책을 폐기하기 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해낸다면, 그것이 곧 패러다임 전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 6자 합의 등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핵무기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핵 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과 핵 에너지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는 북핵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 "추가적인 제재는 추가적인 강경대응만을 부른다"
▲ 서재정 존스홉킨스대교수, "핵실험을 단행한 주체는 북이므로 일차적 책임은 북에게 있다. 그러나 북이 수차례 내놓은 외교적 해결의 길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차 핵실험의 직접적 원인은 외교의 실종에 있다" ⓒ김재명 |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항해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말미암아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향후 한국과 미국 등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도 심각한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 유엔에서 북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이고, 제재가 강화될 경우 북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확실하므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3차 핵실험 이후 대화와 외교는 실종되고 강경론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한국 내에서는 자체 핵억제력 보유 등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일본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실시하자고 촉구하는 한편 미국도 미사일 방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상황의 악화를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의 3차 핵실험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선 기술적으로는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것과 같이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의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발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지만, 일단 폭발력이 이전의 실험보다는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히로시마 급 핵폭탄의 위력(16kt)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20kt 이상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북핵실험을 외교로 막을 기회 놓쳐
돌이켜보면 2012년 2월 29일 북미합의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북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이토록 성장하는 것을 외교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대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베이징 회담에서 북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 실험 △우라늄 농축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 활동에 대한 유예(moratorium)에 합의했다. 또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유예를 검증하고 모니터하며, 5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 복귀에도 합의했다.
이 절호의 기회는 지난 4월, 북의 광명성 발사 시도 이후 무산되었다. 미국은 이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고 2.29합의를 북이 위반했다고 반발했으며, 유엔 안보리에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제재대상을 확대하는 의장성명의 채택을 주도했다. 이로써 북의 핵활동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시킬 수 있는 합의는 불과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종식되었다.
북한이 제시한 '두 가지 길'
경색되기 시작하던 북의 입장은 8월 약간의 유보적인 모습으로 완화됐다. 8월 중순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중앙정보국 관리의 비밀방북이 그 계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밀회동 후 8월 31일 외무성이 발표한 비망록은 "핵문제 해결의 기본장애는 미국의 대(對)조선적대시 정책"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미국에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즉,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중단하고 북과 평화의 관계를 건설하거나,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고 북의 핵능력이 "현대화되고 확장"되는 길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길"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던 북의 입장은 10월 7일 한미 양국 정부가 '미사일지침'을 개정,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를 800km까지 연장하여 북 전역을 사정권에 넣도록 하면서 급변했다. 10월 9일 북 국방위원회는 이 미사일 선언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확인해줬다며 "반미대결전"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두 개의 길" 중 평화적 해결의 길이 차츰 닫히는 상황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군사적 조치를 강화, 대결의 길로 한반도를 밀어 넣었다. 한미 양국 군은 10월 24일 제4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의 모든 위협에 대한 전방위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12월 12일 북의 은하 3호 발사에 대응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087호를 채택, 북에 대한 제재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반발한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들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북이 마지막으로 열어 놓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외교적 노력을 방기했다. 오히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며 마지막 대화의 문마저 차단한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3차 핵실험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평화가 북의 핵무장 해제할 수 있다
핵실험을 단행한 주체는 북한이므로 일차적인 책임은 북에 있다는 점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은 한국 및 미국과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정책적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북이 수차례 내놓은 외교적 해결의 길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간의 과정은 외교의 실종이 가져오는 위험한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3차 핵실험의 직접적 원인은 외교의 실종에 있고, 북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키워준 것은 제재정책이다.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군사적 조치와 외교의 회복 두 가지가 있다. 선제적 타격이나 예방적 타격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한반도를 1950년대로 되돌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북의 미사일 등에 대한 선제적·예방적 군사적 타격이 이뤄질 경우 북은 당연히 보복공격을 할 것이다. 북이 전방에 배치해 놓은 장거리포와 미사일 등으로 보복공격을 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서울 일대는 폐허가 될 것이다.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한반도는 향후 몇십 년간 인간의 거주가 불가능한 방사능 지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자체 핵억제력 보유 등 남북 간 핵불균형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진부한 과거의 패러다임이고, 실패가 확인된 정책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문제를 키운 정책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군사력이나 제재가 아니라 평화가 북의 핵무장을 해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북이 지금까지 자신의 핵무장을 정당화한 근거는 미국의 핵위협과 적대정책에 대응한 '억제력'이라는 것이었다. 그 근거를 해제하는 것이 북의 핵무장을 해제하는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사실 이제 남은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제재는 실패했고, 추가적인 제재는 추가적인 강경대응만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현시점에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뻔한 제재 확대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대화의 가능성을 살려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를 논의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북한 핵실험은 한반도의 환경에 악영향"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이제는 한국 시민사회도 핵 사용 자체에 대해선 강력 규탄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북 지원과 북핵에 대한 단호한 태도는 별개로 가져가야 한다" ⓒ김재명 |
최근 박근혜 당선자가 미국 대표를 만난 첫 자리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재처리 논의를 한 적 있는데, 대선 공약에도 넣을 정도로 원자력협정 개정을 강조한 것은 북한 자극한 꼴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연료 농축기술, 재처리기술을 갖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계속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재처리 논의가 원전사업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인지는 확실치 않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지금까지 미국과 협의한 내용으로 알려진 것은, 핵연료 우라늄 농축 관련해서는 미국 핵연료 농축시설에 대한 지분을 우리가 일부 가지기로 하고, 반면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10년간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고 그게 올해부터다. 한미원자력협정개정시한이 내년까지라서 사실상의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올해밖에 남지 않아서 두 가지 내용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당선자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발언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 원자력 업계도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애써왔다. 올해 1월 박근혜 당선자의 발언을 앞뒤로 핵 재처리 실험시설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사용후 핵연료가 아닌 더미(Dummy)를 이용해서 5월부터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북한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남한에서는 훨씬 많은 원자력발전이 가동되고 재처리를 하게 되면 더 많은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한 정부부터 재처리, 우라늄 농축 기술에 대한 집착 욕구 버려야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도 북한 핵실험 관련 규탄성명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 시민사회도 핵을 사용하는 자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탄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북 지원과 북핵에 대한 단호한 태도는 별개로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이런 시각에서 남한 시민사회도 전체적으로 목소리를 모으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북핵 위기에 대해 시민사회도 목소리 내야"
▲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추가적인 상황악화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협상을 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국면을 진정시키기 위해 박근혜 차기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 협상할 수 있는 특사를 파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김재명 |
남한에서의 다양한 형태의 종북 공세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이슈들, 경제민주화 등등 까지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보수세력의 종북 공세는 이번 대선에서 50대 투표 성향의 이념적 배경이 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핵 위기와 위협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가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북한 3차 핵실험 배경에는 한미의 외교적 노력 실패가 한몫했다. 지난 8월 북미 비밀접촉 실패도 하나의 주요한 계기였다.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전략적 태도가 분명해 졌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핵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제는 핵 보유국으로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할 때까지 내처 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이후에 새로운 협상을 할 것이라는 예상된다.
미국 오바마 정부와 한국의 차기 정부인 박근혜정부는 급속하게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물꼬를 틀 만한 조건이나 처지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핵심이 전략적 억지력을 기초해서 확고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하고 있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외교적인 부분에서 이른바 미-중-한 전략대화를 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사실 북한을 제외한 3자 대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성립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실제 핵개발에 대한 억지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 협상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적인 상황악화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협상을 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대북특사파견 같은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북핵실험 위기 국면을 진정시키기 위해 박근혜 차기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 협상할 수 있는 특사 파견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3차 핵실험 국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적절히 가동돼서 선순환할 수 있는 정책은 첫째, 인도적 지원과 조건 없는 남북대화, 이산가족 상봉처럼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말 걸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북핵은 남북문제 해결의 전제가 아니라, 남북관계 해결의 마지막 출구이므로 선(先)북핵해결보다는 과정 속에서 풀어나가려 해야 한다. 때로는 북한 입장을 이해하면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박근혜 정부가 유연한 대북정책을 펴나간다면 성공적 정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이정철 숭실대 교수 "반확산 고집보다는 비확산 전략 고려해야"
▲ 이정철 숭실대 교수, "중국에게 대북압박을 요청하는 방식은 식물외교, 불임외교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도 중국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하면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그대로 재현할 것이다" ⓒ김재명 |
그동안 '비핵화' 전략을 가져갈 것인가, '비확산' 전략을 가져갈 것인가, '반확산' 전략을 가져갈 것인가 많이 이야기해왔다. 한국 보수층은 반확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동결 없는 비확산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본다. 더 이상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없다고 할 때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하는 가운데 무력충돌로 가지 않도록 하는 비확산 전략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3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분쟁 지역화 전략이다. 미 국제정치학자인 케네스 월츠(전 컬럼비아대 교수)가 2012년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자는 주장을 폈다. 이스라엘이 핵무장한 상태에서 이란 핵무장은 오히려 전면전의 위협은 없어지므로 중동의 평화를 보장하는 방식이라는 논리였다. 전면적의 위협은 없어진다 하더라도 소규모 무력 충돌은 터질 가능성 있다. 비용을 따진다면 오히려 이게 더 유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위험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이런 전략을 삼을 수 있다.
둘째는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벼랑끝' 전술이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 북중동맹이 약화된 시점에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한의 수단 가운데 하나가 벼랑 끝 전술이었다. 그런데 2009년 핵실험을 전후해서 논조가 바뀌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없이도 살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핵무기가 있기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미국의 관심 끌기 수단이란 시각은 이제는 낡은 게 돼버렸다.
셋째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중동맹을 선택하도록 하는 압박 전술이다. 북한은 중국을 북중동맹에 묶어 두기 위해서 선택을 강요하는 전략을 쓴다. 중국이 미중 협조체제의 거래대상으로 북한을 삼는다면,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압박정책을 추구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 국제사회는 중국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중국의 선택지는 3가지다. 첫째, 1994년 때처럼 북한에 대한 사실상 경제 봉쇄하고 압박하기, 둘째, 2004~2006년 6자회담 시기에 신의주를 개방할 때처럼 한편으로는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지원하는 방식을 병행하기, 셋째, 2009년 식 대북지원 복원이다. 1994년 방식은 중국 자신이 소외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이 희박하고 두 번째 방식인 압박과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동북아시아 정세는 미중 갈등 시기로 가느냐, 갈등을 푸는 쪽으로 가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에 대북압박을 요청하는 방식은 식물외교, 불임외교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도 중국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하면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그대로 재현할 것이다. 외교적 경로 가운데 한국의 역할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로울까를 계산해 봐야 한다.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실패한 북핵 대응 매뉴얼 반복해선 안돼"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북핵 논쟁을 거시적으로 보면 항상 중요한 합의 이후 위기가 있었다. 제네바 합의, 9.19선언, 2.13합의 등등 북핵문제 해결의 계기에 항상 위기가 뒤따라 왔다. 20년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이 실패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김재명 |
핵 억지력을 인정한다면 누구나 핵무기 가지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니라면? 누구도 가지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북핵실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핵 억지력이 전쟁 예방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핵에 대한 감수성이 전체적으로 약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핵무기는 민간인 살상 무기이다. 우리가 사용하건 남이 사용하건 민간인 대량살상 무기이다. 우리는 그 피해를 본 적이 있는 나라다.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 시 한국인도 7만 명 넘게 피폭 당했다. 따라서 우리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감수성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냐가 중요하다.
북 핵실험에 대한 토론은 우리가 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사회 내에서도 처방을 합의하는 데 어려움 있다. 북이 핵실험을 처음 했을 때 보수층 가운데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북이 핵무기를 가진 게 문제라는 의식은 핵무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북 체제 붕괴 시에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매우 엄격한 조건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평양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미 본토로 미사일을 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도 북한 핵이 외교적인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핵 논쟁을 거시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항상 중요한 합의 이후 위기가 있었다. 북한의 선택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자. 제네바 합의, 919선언, 2.13합의 등등 북핵문제 해결의 계기에 항상 위기가 뒤따라 왔다. 20년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이 실패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물론 북에 북핵문제를 이렇게 귀결되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 있었고, 특히 그런 생각을 가진 집단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집단에 핵실험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년간 북핵 둘러싼 협상은 결국 실패했다. 지금까지의 대응 매뉴얼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이 이 매뉴얼을 계속 가져갈 것인가. 만약에 실패한 매뉴얼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북한 핵 해결에 별로 관심이 없고, 오히려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아울러 서태평양지역에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몇몇 군사주의자들의 의도가 숨어있는게 아니냐 생각해볼 수 있다.
정말 핵의 전쟁 억지력이 없다고 믿는다면, 이번 북의 3차핵실험은 동북아 핵의 위협을 줄이고,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정책들을 바꾸도록 시도해야 할 타이밍이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동북아 비핵화 논의를 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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