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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PD수첩> 사건을 왜 '공안 사건'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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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PD수첩> 사건을 왜 '공안 사건'으로 만들었나

[기자의 눈] 당신도 '반정부 인사'가 될 수 있다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 5명을 기소한 검찰의 18일 기소 발표 내용은 단순한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 훼손',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업무 방해' 사건 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지난 군사 독재 당시 많았던 '공안 사건'과 비슷하다.

"<PD수첩> 제작진에 '반정부 집단' 덧칠하고 싶은거 아니냐"

특히 검찰이 프리랜서인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압수 수색하고 그중 이명박 정부 비판 대목을 골라 공개한 것이 특히 그렇다. 이미 검찰 브리핑의 '요점'을 간파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의 보수 언론은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는 상황.

그 중에는 "'10년 넘게 구성작가 활동' 김은희는 누구?"(<조선일보>) 등 '친노 코드 프로그램', '불법 촛불 시위 이후 좌파 신문과 가진 인터뷰' 등의 표현을 써 김 작가에게 '색깔론'을 덧씌우는 내용도 있다. <PD수첩> 제작진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가 검찰의 이메일 공개를 두고 "정치적 제스처"라고 비판한 것처럼 보수 언론이 나서서 검찰의 '여론 몰이'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도 "검찰이 '명예 훼손'과 관련성이 낮은 메일까지 공개한 것은 <PD수첩>은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한 것이 아니라 반정부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검찰 '무리한 수사'의 필연적 귀결

사실 검찰 자신도 개인의 이메일 내용 공개를 놓고 문제의식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듯하다. 정병두 1차장 검사는 이런 지적에 "공개 여부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회의도 거쳤다"며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결국 이메일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공익적 목적으로 방송된 프로그램을 두고 "허위 내용을 방송한 의도를 추정"하려다보니 <PD수첩> 제작진을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가진 집단"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명예 훼손 형사 처벌 제도 자체에서 <PD수첩>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찾는다. 박경신 교수는 "명예 훼손은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충돌 관계에 있다"면서 "명예 훼손 형사 처벌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임에도 이 제도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정부의 한 부처인 검찰이 범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자세히 살펴보면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수사는 명예 훼손 형사 처벌 제도의 폐지 근거를 제시하는 통렬한 우화"라며 "국민의 일부와 국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이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 하기보다 '형사처벌'로 제압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는 '반정부 인사'가 될 위험이 있다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고소와 이메일 공개는 검찰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을 받아쓰며 '마녀 사냥'에 동참하고 있는 보수 언론들을 포함해 향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모든 언론이 우려해야할 '암울한 미래'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은 물론 친정부적인 언론들도 이명박 정부에 치명적인 비판을 제기하는 순간 '반정부 인사'로 찍혀 이메일을 압수수색 당하고 정부의 편의대로 메일 내용이 공개되는 비이성적인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 사실 공표와 '여론 몰이'에 대한 전사회적인 비판이 채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의 사적인 이메일까지 공개하는 검찰의 행태는 검찰이 여전히 '공정한 재판'이 아닌 '여론 몰이'의 단맛에 취해있음을 보여준다. 검찰의 자성과 개혁 의지는 단지 '구호'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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