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중인 대북 결의안 관련 문건이 잇따라 유출되면서 유엔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요국(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이 참여하는 P5+2) 회의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미국의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는 문건 유출에 대해 8일 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 참석자가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 동안 유엔 안보리의 대북 관련 논의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언론의 열띤 취재경쟁 대상이 돼 왔다.
때문에 주요국 회의가 열리는 유엔 본부 2층 안보리 회의장 입구나, 맨해튼 미국 대표부 앞에서는 참가국 대사들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각국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며 대기하는 것이 일상화 됐고, 관련 논의의 진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이 와중에 논의 초반인 지난달 29일께 미.일이 성안한 이른바 '텍스트' 문건이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흘러나온 이 문건은 결의안 초안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회의의 편의를 위해 회의를 주관하는 미국측에서 참고 형식으로 돌린 문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라이스 대사는 주요국 회의에서 "논의중인 사실이 새 나갈 경우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보안 철저'를 각국 대사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주말 유엔 활동을 주로 소개하는 미국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이너시티 프레스'가 초안(블루 텍스트) 직전인 결의안 문건 전문을 게재했다.
전문과 35개항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지난 4일 주요국들이 대강의 합의를 본 뒤 본국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중국측이 이 문건의 '선박 검색' 강화 조항에 이견을 보여 정식 결의안으로는 채택되지 못한 것이었다.
라이스 대사는 주말 이 사실을 보고 받고 크게 화를 내면서 "당장 FBI(미연방수사국)에 조사를 의뢰해 진상을 밝혀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초기 조사 결과 최초 문건 유출 역시 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사실상 유엔을 출입하는 오랜 경력의 기자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이 기자는 유엔 출입기자 협회 회장에 출마한 경력도 있는 유엔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문건 전체가 유출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문건 유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