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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도 '어게인 2002'…시민들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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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도 '어게인 2002'…시민들이 나서야

[한반도 브리핑] 북한 핵보유 방기하는 MB정부

부재하나 존재하는 이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2002년 가을 그 뜨겁던 '열정의 시기'로 세상을 복원시켰다. 큰 선물이다. 남은 몫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리라.

그러나 존재하나 부재한 것들도 많다. 서울광장처럼 말이다. '서울광장'이 늘어나고 있다. 대북정책도 그 중 하나이리라.

후계체제 때문에 핵보유로 간다고?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과거와 다르다. 북한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핵보유를 위해 질주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전문가라는 어떤 사람은 '북한이 가진 카드를 소진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그래도 될까?

이미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했고, 몇 달 이내에 7~8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것이다. 핵실험을 3~4번 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때가 되면 불능화했던 핵시설의 원상복구도 가능하다. 북한이 핵실험으로 소진하는 플루토늄보다 앞으로 추가 생산할 플루토늄이 더 많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으면 북한은 핵보유로 간다. 나아가 3차 핵실험을 준비할 것이며, 탄도미사일 발사도 곧 할 것이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이유를 달거나 예고기간을 두지 않고 신속하게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왜 그럴까?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내부사정을 이유로 든다.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된 모종의 내부 사정으로 극단적인 벼랑 끝 전술을 쓴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태가 과거와 다른 점은 분명하다. 내부적인 사정도 작용한다. 그러나 북한 정세를 예측할 때, 과도한 내부요인론은 매우 위험하다.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체제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1994년 8월 17일 이홍구 당시 통일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때 어리석은 진단은 어리석은 처방으로 이어졌다. 북한 내부 탓으로 모든 문제를 돌리면, 해법은 없다.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클린턴 행정부가 제네바에서 열심히 협상을 하고 있을 때, 김영삼 정부는 북한이 붕괴하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후계체제 말이다. 북한 정보를 다룰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양치질 발언'부터 북한 정보를 다루는 솜씨가 서투르다. 정치적 의욕이 앞서기 때문이리라.

김정운의 후계체제, 어떻게 봐야할까? 여러 첩보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프로세스'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공식화할 때까지 여전히 거쳐야 할 '과정'이 필요하다.

북한의 후계체제와 핵정국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인가? 아니면 핵 억지력인가? 그 질문은 '협상용인가? 아니면 핵보유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핵을 갖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고, 그것이 안 되면 핵 억지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협상에 미련을 갖기보다 핵보유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게 전적으로 후계체제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 조선중앙통신은 5월 26일 평양체육관에서 제2차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평양시군중대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협상의 붕괴, 상황 관리에 실패한 한국

6자회담을 비롯해서 핵문제 해결의 구조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의 국면은 '가속도가 붙은 북한의 핵능력'과 '국제사회의 협상의지 후퇴' 사이의 격차가 어우러지면서 발생했다.

북한의 핵능력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외교' 국면에서 최소 30kg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핵실험을 거친 상태에서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보유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릴 때 한국의 정권이 교체되었고, 미국의 정부가 바뀌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를 낮게 평가했다. 6자회담이 있고, 한국과 중국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상황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한국 정부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비판할 때 '왜 동맹국과 협력하지 않는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때의 동맹국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상황 관리를 하기는커녕 실패한 이념에 사로잡혀 위기를 가중시켜왔다.

중국은 어떤가? 북한은 과연 2008년 북한의 대외무역 총액(남북경협 제외)에서 73%를 차지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했는가? 북중관계가 근래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중국은 과연 북한을 설득할 수 없었는가?

표면적으로 지난 4월 북한의 로켓발사 직후 안보리 논의에서 중국이 강경한 내용의 의장성명을 받았을 때,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이후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의 내용과 범위는 결국 중국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대외무역의 73%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육상화물과 항공화물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근 국제 인도 지원 단체들은 물류비와 원가를 고려해 대부분의 지원물품을 중국에서 현지 조달한다. 과거에 비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의 선택을 개의치 않고 있다. 과연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 내부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토론이 격렬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은 결국 국제사회의 보편적 우려와 지역 안정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문제 제기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역의 불안정을 야기할 만큼의 강력한 제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대해 이렇게 '배 째라'고 나오는 이유에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갖는 딜레마를 북한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현재의 국면은 오마바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준비하는 동안 상황 관리를 맡아야 할 한국이 그 역할을 포기했고, 중국 또한 어중간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발생했다. 북한은 핵보유로 가는 문턱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지만, 불투명한 협상 환경을 보고 그 문턱을 재빨리 넘어서려 하고 있다.

협상 말고 뭐가 있겠는가

북한은 전략적 결단을 내렸고, 한미 양국뿐만 아니라, 중국조차도 이제는 전략적 결단을 미룰 수 없다. 핵보유로 가는 북한을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게 할 것인가?

결국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수없이 반복적으로 토론해 온 세 가지 선택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협상, 제재, 그리고 전쟁이다.

먼저 군사적 옵션. 무모한 자들은 언제나 전쟁불사를 쉽게 말한다. 그러나 그게 그런가? '수술이 성공해도 환자는 죽는다.' 군사적 옵션은 오랫동안 이런 결론을 내려 왔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동반 자살하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다.

지금은 제재의 목소리가 높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밀어붙이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양보한 것은 결국 압력과 제재를 가했을 때라고 예를 들어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보수적 이데올로기뿐이다. 1976년 미류나루 사건을 예로 드는 사람이 있다.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했기 때문에 북한이 감히 대응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겨우 미류나무 두 그루를 자르기 위해 전쟁 불사를 선택한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1994년 6월 카터와 김일성의 담판 역시 그런 식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때 임박한 파국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 제임스 레이니 당시 주한 미국 대사 등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뜻 나섰던 카터 전 대통령의 결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6년 핵실험 이후 북미 양자대화의 시작 역시 부시 행정부의 중간선거 패배와 '실패한 외교'에 대한 국내적 비판의 결과일 뿐이다.

지난 역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제재 국면에서 언제나 북한은 자신의 핵능력을 강화시켰다. 지금은 과거와 의미가 또 다르다. 지금 다시 제재 국면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결국 북한은 진정한 핵보유국가로 간다. 어설픈 처방이 비극적 결과를 갖고 올 것이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다만 크게 후회할 것이다. 북-미-중 삼각대화가 이루어지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고, 지금 같은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 북한의 핵보유를 방기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존재하나 부재한 대북정책이 한반도를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이제 다시 2002년처럼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야 하는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사는 것이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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