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기자외 PD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와 이명박 정부 비판 여론을 축소하는 등 '파행' 논란을 빚은 KBS 보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KBS 기자들은 보도국장·보도본부장에 대한 신임 투표에 나서기로 했으며 PD들은 이병순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사장 퇴진 운동'도 불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KBS 기자협회,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신임 투표 열기로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1일 저녁 연 운영위원회에서 4일과 5일 양일간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등의 책임을 물어 김종율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이에 앞서 3일 저녁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 총회를 열어 그간의 경과와 문제제기에 대한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
KBS 기자협회의 한 운영위원은 "지난 일주일 여간의 KBS 보도를 두고 기자 사회 내부는 아주 들끓었다"면서 "조문객의 이명박 정부 비판 인터뷰 누락 등 제작 과정 뿐 아니라 KBS 뉴스 방송 자체를 두고도 논란이 많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KBS 기자협회는 이번 주 발행될 기자협회보에서 방송모니터단(단장 조현진)의 방송 모니터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3일 저녁에 열릴 총회는 KBS 기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보도를 책임지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대면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보도 파행 책임을 묻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의 한 운영위원은 "신임 투표를 앞두고 본인들을 불러서 기자 전체의 총의를 보여주고 당사자들의 해명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의 본부장·국장 신임 투표는 본부장과 국장의 거취에 관한 구속력이나 별도의 규정상 효력은 없으나 기자협회 투표 이후 이들에 대한 불신임 결과가 나올 경우 이들은 보도국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는 이들을 선임한 이병순 사장에 대한 정면 문제제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KBS PD협회 "이병순 사장 사과하라…사장 퇴진운동도 불사"
KBS PD협회(협회장 김덕재)는 1일 '나락으로 추락한 KBS, 이병순은 책임져라'라는 성명을 내고 이병순 사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사장이 공식 사과에 나서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 운동도 불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KBS PD협회는 "KBS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민심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정권의 방송, 관제방송으로 낙인 찍혔다"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난 1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땡전 뉴스'의 오명을 씻고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라는 금자탑을 이룬 KBS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핑계로 부당한 지시와 압력에 쉽게 굴복해온 우리 자신에게 첫번째 책임이 있다.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이 져야 한다. 자리 욕심을 위해 KBS를 이렇게 망가뜨린다면 그것이 바로 해사(害社) 행위이며 배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KBS는 이번 사태에 시청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이병순 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공식사과하고, 이번 사태를 몰고 온 편성, 제작, 보도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 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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