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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어설픈 '여론 다양성' 주장…토론거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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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어설픈 '여론 다양성' 주장…토론거리 안 돼"

[토론회] "'지상파 여론 독과점' 주장, '근거 없고 타당성도 없다'"

최근 한나라당은 '여론 다양성 확보'를 언론 관련법 개정안의 명분로 홍보하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경제 효과', '일자리 창출' 등을 근거로 내세웠으나 학자 등 각계의 반박에 직면하자 '여론 다양성 확보'로 깃발을 바꾼 것.

민주당, 시민사회 등 언론 관련법 통과를 저지하는 진영은 한나라당이 처음 언론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할 때부터 '미디어 재벌이 등장하면 여론 다양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반대 진영에 대한 맞불 작전"(신태섭 교수)을 펴고 있는 것.

특히 지난 1일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가장 강력한 여론 독점 내지 압도적인 여론 지배력을 드러내는 미디어는 지상파 TV"라고 주장하며 '여론 다양성' 논쟁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등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학계·시민사회 등에서는 이 자료의 신빙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여론 다양성과 미디어 소유 규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토론자들은 윤 교수의 자료가 "'여론 다양성' 등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으며 분석에 활용한 지수 등도 적합치 않다"고 맹공했다. 민언련은 이날 토론회에 윤 교수를 초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매체 영향력과 다양성 혼동…생산적 토론거리 안 돼"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한나라당도 반대 진영에 맞서 '여론 다양성'을 명분으로 들고 나왔기에 혹시 이 주제를 두고 진지한 토론이 있을까 기대하고 주장과 근거 등을 검토해 봤으나 역시 생산적인 토론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이라며 "한나라당 측의 논거가 내실이나 책임성, 체계성이 없고 현실적으로도 상식에 반하는 부분이 많아 그저 '주장'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신태섭 교수는 윤석민 교수의 연구를 두고 "매체의 영향력과 여론 다양성을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매체의 영향력은 수용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 커지고 반대의 경우는 제한되는 것으로 매체의 신뢰도나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여론 독과점이 심해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윤석민 교수는) 교과서적인 수준에서 여론 다양성 개념을 논하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매체의 영향력 집중'을 '여론 독과점'으로 은근슬쩍 등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신 교수는 "게다가 한나라당 측은 방송 시장의 독과점 수준이 심하다고 판단한 뒤 이를 낮추는 방법으로 대기업과 신문 기업의 진입을 주장해야 하면서 이를 지지할 논리적, 실증적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지 '방송 채널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여론 다양성이 증진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에서 윤석민 교수는 지상파 독과점의 현실에 대해서는 긴 시간을 할애해 답변을 했으면서도 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될지 전망해 보라는 요구에는 답을 못했고, 스스로도 연구를 못했다고 말했다"면서 "미결의 연구 보고서를 가지고 한나라당이 여론 다양성을 명분으로 삼는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7층 배움터에서는 '여론다양성과 미디어 소유규제'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말만' 여론 다양성 지수…'영향력' 측정하라고 있는게 아닌데"

윤석민 교수가 지상파 방송의 여론 독과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 '다양성 지수(DI)'도 도마에 올랐다. 윤 교수는 연구에서 KBS 423.5, MBC 106.1, SBS 106.1,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6.2, 네이버 26, 다음 26 등의 여론 다양성 지수를 내놨다. "KBS가 조선일보보다 약 70배의 여론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식의 주장인 것.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다양성 지수는 여론 시장 내에서 사업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수가 아니라 시장의 집중도를 측정하는 것"이라며 "현재 시장이 집중도가 높으면 더 이상 교차소유 금지 등의 규제를 완화하면 안되고, 집중도가 낮으면 어느 정도의 규제 완화를 허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교수는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 등 규제 완화를 허용하려면 현재 시장의 다양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입증하고, 다양성이 높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윤석민 교수의 주장에는 '현 시장의 집중도가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며 "단지 KBS나 MBC 등 방송 사업자의 여론 지배력이 높다는 평가만 있어서 다양성 지수 연구라고 부를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윤석민 교수가 사용한 '여론 다양성 지수'는 신문은 신문 시장 내에서, 방송은 방송 시장 내에서 각각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같다고 판단한다"며 "방송이 5개가 있으면 5분의 1의 점유율을 가진다고 보고, 조·중·동과 같은 지배력이 강한 신문이 있어도 신문이 10개면 10분의 1의 점유율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연히 지상파 방송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날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김기범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윤 교수가 사용한 지수의 본래 개념은 여론 다양성은 채널 수보다는 소유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하나의 소유자가 텔레비전과 일간 신문, 출판 영역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합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한 소유자의 다종 매체 지배력을 규제하고 콘텐츠 생산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중요한 건 '여론 다양성' 논쟁이 아니라 '신방 겸영' 적합성 논쟁"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의 논의가 '여론 다양성' 논쟁으로 왜곡되는데 대한 문제제기도 높았다. 김서중 교수는 "결국 지금 중요한 것은 여론 다양성의 문제, 집중도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 시장에 신문 기업이 진입해도 될 것인가, 대기업이 들어가도 될 것이냐의 문제"라며 "또다른 언론 권력과 경제권력이 방송에 진입해도 되느냐의 문제이며 지금의 '여론 다양성' 논쟁은 왜곡되고 있는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또 이날 방청객으로 참석한 이용성 한서대 교수도 "신문 시장의 과점 사업자가 방송시장에 진출하고 거대 기업이 방송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여론 다양성에 있어서 유익하지 않다는 주장에 따라 '여론 독과점' 문제가 논의되는 것"이라며 "때문에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할 것인가, 대기업 소유 규제 완화의 문제 등의 부분부터 먼저 검토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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