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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병순, 'PD집필제' 강행…PD 치고 작가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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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병순, 'PD집필제' 강행…PD 치고 작가 잡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 이해 못해"…작가들 "제작 거부 불사"

이병순 한국방송(KBS) 사장이 이번 봄 개편부터 시행한 'PD 집필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KBS는 <추적60분>, <6시내고향>, <KBS스페셜>, <역사추적>, <환경스페셜>, <과학카페>, <세상의 아침>, <풍경이 있는 여행>, <시청자칼럼>, <걸어서세계속으로>, <생방송 세상의 아침>(토요일) 등 11개 프로그램에 대해 'PD 집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KBS에 따르면 'PD 집필제'는 PD들이 직접 원고를 작성하는 제도다. KBS가 내세우는 명분은 PD '역량 강화'와 '경비 절감'. KBS 관계자는 "작가들 전부를 일괄 배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PD들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는 식의 설명도 내놨다.

그러나 애초 우려됐던 대로 시행한 지 한달이 지나지 않아 일선 작가의 반발이 거세다. 시행 초기부터 KBS는 한국방송작가협회, KBS구성작가협의회 등과 논의하는 등의 작가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KBS 구성작가협의회는 21일 성명을 내 "'PD 집필제' 즉각 철폐"를 주장하면서 "전면 제작 거부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방적인 'PD 집필제'… PD들은 우왕좌왕"

정종숙 KBS구성작가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각 프로그램마다 'PD 집필률'을 강제 할당해 일방적인 작가 일자리 없애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D 집필제'를 부분 시행하고 있는 곳 중 가장 높은 수치의 '할당률' 50%를 받은 <추적60분>의 경우 배치되어 있던 작가 5명 가운데 2명이 나가고 3명만 남긴 상태다.

이에 따라 'PD 집필제'가 적용되는 제작 현장에서는 숱한 혼선이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KBS작가협회는 "PD들은 인정에 호소해 도움을 요청하고 방송에 입문한 지 1년도 안된 리서처에게 구성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경영진의 지침에 따라 무조건 시행하라는 식이라 PD들이 갑작스레 업무 부담이 많이 생기다보니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고, 또 다른 작가는 "내부에서 제작진들이 스스로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스템에서 작가만 빼는 단순한 접근 방식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는 PD도 많다. KBS의 한 PD는 "현 상황을 볼 때 'PD 집필제'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PD가 직접 글을 쓰는 '집필제'라기 보다는 '작가 배제'라는 식으로 나타나는게 사실"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강제 할당'식으로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순 PD 제작 시스템에 대한 반감 드러내"

KBS 내부에서는 기자 출신인 이병순 사장이 PD 특유의 방송 제작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며, PD 제작 시스템에 대한 기자 사회의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KBS의 한 작가는 "'PD집필제' 시행 이전부터 이병순 사장이 공공연히 '다큐멘터리 만드는데 왜 작가가 필요하나. PD가 직접 하라'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면서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사람이 교양 프로그램 제작 마인드가 없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도국에서 제작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작가를 많이 줄인 상태. 한 작가는 이병순 사장이 보도국 쪽은 작가를 쓰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들었다"면서 "<미디어비평>의 경우 올해 초에 작가가 나간 이후 충원을 하지 않아 작가가 없는 상태고 <뉴스타임>의 경우에도 지난 1월에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면서 제작진은 작가를 쓰고 싶어 했으나 못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PD는 "이병순 사장이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통 프로그램을 만드는 공정을 기획, 촬영·편집, 대본 작성 등으로 나눈다면 한국은 PD들의 역할이 기획과 촬영·편집을 중시하고 미국과 유럽은 PD가 대본을 쓰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 때문에 한국에선 대본 작성을 작가에게 맡기고 미국 등은 편집을 별도의 '편집기사' 등을 두고 운영하는 식이 많다.

그는 "이것은 문화별로, 개인별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어떤 PD는 편집 기사를 따로 두고 대본을 쓸 수 있고 다른 PD는 편집은 자기가 하고 나레이션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 결국 어떤 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없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어떤 게 좋으냐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8월 KBS 이병순 사장이 KBS 사원행동의 반대 속에 청원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입장하던 모습. ⓒ뉴시스

이러한 문제는 이병순 사장이 최전선에서 자신의 취임을 반대해왔던 PD들에 대한 정치적인 압박으로 이해되면서 더 논란을 키우고 있다. 최근 KBS PD들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이 '경영위기'를 명분으로 제작비 삭감, 출연자 교체, PD 특파원 철수 등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KBS 노조 역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상당히 고립된 상태.

KBS의 또다른 PD는 "경영 위기를 이유로 삼거나 PD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겠다거나 하는 모토 등은 다 넘어갈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경영 위기라고 해서 다른 경영 효율화나 기술직 등의 효율화 등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제작비 절감'을 가장 먼저 꺼내드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영방송이라면 응당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을 해야하고 제작비 절감 등은 가장 이후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아니냐"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PD들이 방만하다', 'KBS의 경영위기는 PD때문'이라는 식의 마타도어는 참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KBS 편향됐다" 선전포고한 이병순, 작가들 지목?

또 다른 시각에서는 이병순 사장이 내세우는 특유의 '공정성'의 측면에서 이번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취임사에서부터 "지나친 편향성이 문제"라고 주장했던 이병순 사장이 KBS 프로그램의 '편향성'의 근원지로 작가들을 지목했다는 것.

KBS가 'PD 집필제'를 홍보하면서 "시사·정보 프로그램의 대본이 작가에 의해 일부 집필됨으로써 프로그램의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보완하게 됐다"고 작가들을 폄훼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성명에서 "KBS는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해 작가들의 명예까지 크게 훼손했다"며 "지금까지 현장 취재는 물론 자칫 PD 1인의 독단에 빠질 수 있는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객관적 균형추 역할을 해온 작가들의 노력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폄하했다"고 맹비난했다.

정종숙 비대위원장은 "결국 이병순 사장은 지난 20여 년간 시사·다큐멘터리를 끌어온 작가들을 두고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 아닌가 싶다"며 "KBS의 조직원들은 이병순 사장이 지시를 내리면 따라가야 하지만 작가는 별도의 생각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고, 또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PD와 작가과 밤을 새서 토론을 하며 균형을 잡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S의 한 PD도 "이병순 사장은 작가를 시사 교양프로그램의 편파성의 중요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PD집필제'라는 수단을 들어 작가들을 우회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질적으로는 제작자율성의 침해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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