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로 YTN 타워 17층 회의실 앞에서는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하는 YTN 조합원들의 억센 목소리가 울렸다. YTN 노조에 구본홍 사장 취임 8개월간의 회사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지모 조합원에 대한 징계 위원회 재심이 열리자 YTN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나선 것.
이미 인사위원회는 지모 조합원에게 '해고'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조합원들의 분노가 더욱 컸다. 이 인사위원회는 지난 10월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한 6명 해고를 비롯해 조합원 33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내린 간부들이 그대로 구성되어 있다. 인사위원회가 지모 조합원에게 내린 '해고' 결정은 구본홍 사장이 정직 6개월로 낮췄다.
"구본홍보다 줄 선 '매파' 선배가 더하다"
YTN 조합원들은 '낙하산 사장'인 구본홍 사장보다 후배들에게 해고, 정직 등의 징계를 가하는 간부들을 '매파'로 규정하며 더 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해고·정직 처분을 받은 조합원들은 "또다시 후배들을 해고하고 고소할 것인가, 언제까지 피를 더 보려고 할 것인가", "당신이 인사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는가"라고 따졌다.
▲ YTN 김백 경영기획실장이 조합원들의 항의에 반박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러나 김백 실장은 대답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에게 "인사위원회에서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답하고 회의실로 들어갔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은 채 조합원들의 항의를 듣고 있던 인사위원들도 마찬가지로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다" 정도의 답변을 남기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인사위가 열리기 직전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석규 전무도 찾아갔다. 현덕수 전 위원장은 배 전무에게 "4월 1일 노사 합의 이후 사측의 조치를 보며 인간적, 상식적으로 이럴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당신들은 구본홍과는 달리 10여 년간 저희와 생활을 같이 했던 분들이 아닌가. 조합원들도 분노를 감수하며 합의를 수용했느데 사측에서 이럴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그러나 배석규 전무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는 뭐라고 말 할 수 없다"는 말 외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함께 찾아간 조합원들이 "사규든 규칙이든 결국 회사라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있는 것 아닌가. YTN을 위해 대승적으로 생각할 수 없느냐"고 말했으나 배 전무는 묵묵부답이었다.
▲ 배석규 YTN 전무(오른쪽 위)에게 항의하고 있는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오른쪽 아래)과조합원들. ⓒ프레시안 |
"감정 격앙되어 연기? …인사위원 자격 미달"
조합원들이 회의실 앞을 오가며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하는 동안 이날 위원회의 징계 대상이 된 지모 조합원은 정장 차림으로 회의실 앞에서 차분히 인사위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는 위원들이 회의실에 들어가고 나서도 30분 가량 인사위가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이날 인사위는 열리지 않았다.
당사자인 지 모 조합원은 인사위원들이 회의실 뒷문으로 나간 이후에도 회의실에서 기다리다 인사위 개최를 알리는 통지문을 떼러온 직원에게서 인사위원들이 해산했음을 들었다. 회의실에 남아있던 기술국장은 기자들에게 "보다 공정한 재심을 위해 연기하기로 했다. 추후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이후 인사위는 연기 사유로 "조합원들의 항의에 감정이 격앙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
YTN 노조는 인사위 연기 이후 성명을 내 "정직 6개월이란 후안무치한 결정을 내려놓고 기분에 따라 인사위를 열거나 연기한단 말인가. 이는 그동안 인사위가 제대로 된 징계 사유나 근거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로지 조합원 탄압을 위한 목적으로 감정을 담아 결정했다는 방증"이라며 "개인적인 감정조차 추스를 능력도 없으면서 사욕에 눈이 멀어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자격 미달' 인사들은 속히 인사위를 떠나라"라고 규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