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부가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시안)'에 따르면,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이 나온 이후 55년 동안 지속되어 온 한국의 초ㆍ중ㆍ고교 교육과정이 크게 개선될 것 같다. 각급 학교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특정 교과의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되는 등 교육과정을 현행보다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각급 학교의 자율적인 교원인사권이 확대되고 교육과정 운영이나 교과서 선택 등에서도 자율권이 인정되는 이른바 '자율학교' 역시 대폭 증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통한 창의적인 인재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참 반가운 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한국 국내에서는 우려되는 폐해 등으로 인한 신중론이나 반대론도 없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본 시안이 적어도 전 세계 곳곳에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약 30개교 정도의 재외 한국학교에 대해서만큼은 적극 도입되고 이행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역동적으로 글로벌 코리아를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육성될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활약할 글로벌 한국인은 우리의 미래에 있어 더 할 나위 없이 중요한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 세계 각지의 재외 한국학교는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 시책과 글로벌 한국인의 육성을 국제사회의 최전선에서 실행하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재외 한국학교에서의 글로벌 한국인의 육성은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재외 한국학교는 국내에 있는 일반 초ㆍ중ㆍ고교와 동일한 법과 제도 하에, 국내의 일반 학교와 거의 다를 바 없는 교과과정 등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재외 한국학교는 초ㆍ중등 교육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제정된 "재외국민의 교육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재외국민의 교육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재외 한국학교 초ㆍ중등 교육의 상당 부분은 초ㆍ중등 교육법 등 국내학교에 적용하는 법령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재외 한국학교의 교과과정과 국내 학교의 교과과정에는 별 다른 차이가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예를 들어 중국에 있는 한국학교의 경우를 보면, 중국어 수업이 일 주일에 몇 번 정도 들어있다는 점 외에 한국의 일반 학교와 이렇다 할 차이가 없다. 굳이 차이점을 들라면 외국에 설립되어 있다는 것 등에 불과한 정도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웃 나라 중국에서 교육받으면서도 중국어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정치경제 및 사회문화나 관습 등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자기화시킨 '중국전문가'의 양성은 요원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와 같은 안타까운 실정은 지구촌의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타의 재외 한국학교 또한 거의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우리의 재외 한국학교는 글로벌 국제 사회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환경을 좀처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일반학교에 대한 규율과 그 틀 속에서 운영되어야 하다 보니, 재외 한국학교를 아무리 명실상부한 글로벌 인재양성 사관학교로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해도 그 원초적 한계가 너무도 뚜렷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재외 한국학교는 이들의 환경을 '실질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독립된 개별 입법의 제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제반 여건상 그 실현이 당장은 힘들다면, 재외 한국학교가 제 기능을 보다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재량권 확대와 자율학교로의 지정 등이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재외 한국학교는 좀 더 유연하고 여유로운 상황에서 우리 청소년들에 대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을 비롯한 '우리화 교육'과, 글로벌 시대에 외국에 소재한 학교라는 환경과 장점을 충분히 살린 '세계화 교육'에도 더욱 더 내실을 기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코리아를 리드하는 'Korean Global leading School'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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