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시인 김지하 씨는 "인혁당이 '민청학련' 학생운동의 배후라는 유신정권의 발표는 거짓이며 인혁당 사건은 고문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인혁당 사건 재심공판에서 학생운동 조직인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과 인혁당의 연관성을 묻는 검찰ㆍ변호인측 신문에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정권에 저항한 학생운동이었고, 인혁당 사건은 조작된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1974년 4월3일 대규모 학생 시위를 시도했던 민청학련의 배후가 '지하 공산당' 인혁당이라는 옛 중앙정보부 발표에 대해 활동 자금의 출처를 근거로 반박했다.
그는 "학생운동은 자금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따라 '상부선'이 결정되는데 민청학련은 내가 지학순 주교에게서 받아 전달한 천주교 자금 120만 원을 자금으로 썼다. 중정은 인혁당 연루자 여정남 씨가 민청학련 이철 씨에게 건넨 2000원을 근거로 배후라고 했지만 2000원은 공작금이 아닌 교통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0원이 공작금이 아니라면 인혁당이 배후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여정남 씨 얘기는 중정에서 처음 들었고 나중에 교도소에서 이수병, 하재완 씨와 대화를 할 때 사건이 조작됐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당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에 서명 날인했고, 사형이 선고됐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항소를 포기한 게 혐의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변호인측 신문에는 "당시는 헌법을 어긴 유신정부에 맞서 '법이 아닌 건 따르지 말자'는 분위기에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로 그런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조서를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했다고 해서 위법행위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그냥 전부 그대로 인정하고 감옥에 가자'는 생각으로 행동한 일종의 '슬라이딩 태클'이다.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유신정권에 슬라이딩을 해서라도 헌법의 위대성을 반증해 보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인신문을 마치고 "인혁당 사건은 조작됐고 법에 의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피해자들을 복권하는 게 위대한 민주역사를 만드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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