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20 정상회의가 지난 1차 때와는 달리 '쓸모있는 모임'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배경에는 '달라진 미국 대통령'이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런던 G20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 ⓒ로이터=뉴시스 |
첫 국제무대에서 호평받은 오바마의 '경청'
취임 후 첫 국제무대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지 W.부시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일방주의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참가국들의 주장에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G20 참가국들의 압력도 더욱 거세진데다가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보여줘 보다 알맹이 있는 합의들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역사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발표한 핵심 합의사항은 크게 경기부양을 위한 국제적 공조, 금융규제 강화, 보호무역주의 배격 등 3가지다.
경기부양 위한 국제적 공조 합의
우선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말까지 5조 달러(약 6600조원)를 투입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4%로 끌어올리고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에 1조1000억 달러의 재원을 확충한다는 것.
두번째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금융규제와 시장감시의 실패로 규정하고, 강력하고 국제적인 규제체제를 구축한다는 것.
특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제기준 제정 기구라지만 주요 7개국(G7)의 협의체 성격이 강했던 금융안정화포럼(FSF : Financial Stability Forum)을 G20 국가가 모두 참여하며 더 강화된 임무를 수행하는 금융안정화위원회(FSB)로 확대개편하는 합의가 나왔다.
FSB는 '글로벌 금융경찰'로 IMF와 협력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조기경보를 제공하고 대응조치를 보고하는 임무를 갖게 되었다.
또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모든 금융기관으로 규제와 감독의 범위가 확대함에 따라 그동안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헤지펀드도 글로벌 차원에서 규제된다. 격론이 벌어졌던 조세피난처 규제도 원론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며, 신용평가사 등록과 규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세번째는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지 않는다는 1차 회의 때의 동결 선언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
특히 금융시장지원 및 재정정책을 포함한 국내정책이 무역과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금융보호주의를 배격하기로 했다. 각 국은 이같은 조치를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고, WTO는 이행여부를 분기별로 점검, 보고하게 된다.
구체적인 해법, 이행 의지 등이 관건
하지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들은 '역사적 합의'가 도출됐다는 평가의 이면을 따져보면 과연 실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회의 의장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G20 회의가 말 잔치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국제 협력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자부한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G20 정상들의 합의는 세계 경제를 위한 진일보한 성과지만 이번 합의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도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 진통을 예고했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기관 부실자산 처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금융기관 부실자산 해소를 위한 공통된 접근법에 '처음으로 동의했다'는 것이 성과로 내세워질 만큼 구체적인 해법은 나오지 못한 것이다.
부실자산의 규모는 G20이 전제로 하는 2조2000억 달러보다 실제로는 훨씬 크며,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얼마나 더 확대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 주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또한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두번째, 글로벌 경기부양을 위해 구체적인 규모의 재정지출과 재원 확충 등이 합의된 것은 G20 정상회의에서 나온 가장 구체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내년말까지 국제적으로 투입된다는 5조 달러의 성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이미 각국에서 경기부양에 동원하기로 한 재정지출을 합한 것에 일부만 추가한 정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또한 IMF 등 국제기금을 통해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은 정작 자금난에 허덕이는 신흥국이나 개도국에 돌아갈 몫을 두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우려됐다.
FT는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2500억달러를 증액한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IMF에 대한 출자 비율에 따라 미국 등 G7에서 증액분의 44%를 가져가게 돼, 나머지 국가들에게 돌아갈 금액은 미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신문은 2500억달러의 무역금융 기금 조성도 향후 2년간 조달되기를 희망하는 규모일뿐 실제로 투입되는 추가 자금은 30억∼40억달러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번째, FSB가 과연 국제 금융경찰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FSB는 1999년 G7이 아시아 외환위기의 재발방지와 국제협력을 목적으로 설립한 FSF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하지만 FSB가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네번째, 보호주의를 배격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강조됐지만, 이행 의지가 관건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재개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고, 금융 보호주의에 대한 분쟁에 대해 WTO가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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